［건강／치매］뇌 독성물질， 신경세포 파괴

주부 이모씨(31·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는 최근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전화를 받았다. 부산에 사는 올케가 “시어머니가 이상해요”라고 알려왔던 것. 시어머니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뜻모를 얘기를 자꾸 중얼거린다고 했다.

치매. 환자는 자신이 서서히 무너지는 느낌을 문득문득 느낀다. 수발하는 자녀까지도 심리적 고통에 면역력이 뚝 떨어져 각종 질환에 시달린다. 치매는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 고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치매란〓멀쩡하던 뇌에 이상이 생겨 혼자서 생활할 수 없을 정도로 지능이 떨어지는 병. 건망증이나 노화로 인한 기억력 감퇴와 다르다. 미국 워싱턴대의 유진 루빈박사는 “늙으면 서서히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갑자기 기억력이 떨어지면 치매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

치매에 걸리면 △옛날 일은 잘 기억하는데 최근 일은 잊어버리고 △사람이나 사물을 잘 구별하지 못하며 △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밤에 돌아다니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인다.

▼종류와 원인 △알츠하이머병〓1906년 독일의 정신과의사 알로이드 알츠하이머가 학회에 환자를 처음으로 보고해 알려진 병. 우리나라 치매 환자의 절반 이상으로 추정된다.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치료법도 없다.

현재까지 뇌에서 베타아밀로이드라는 아미노산 배열이 뭉쳐 독성물질로 변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독성물질이 신경세포의 세포벽을 파괴한다. 특히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만드는 대뇌 부분과 대뇌 피질의 신경세포를 마구 죽인다.

△뇌혈관성 치매〓뇌출혈 뇌졸중 등으로 뇌혈관이 막혀 생긴다. 원인이 되는 병을 치료하면서 정신과 치료를 복합적으로 받으면 병세악화를 막을 수 있다. 예방하려면 혈압 콜레스테롤 스트레스 관리가 필수.

△기타〓갑상선기능저하증 엽산결핍증 신경매독 알코올중독 등 다른 병의 2차 증세로 나타나는 ‘가역성 치매’는 원인이 되는 병을 치료하면 낫는다. 뇌 앞부분이 위축되는 ‘피크병’, 뇌조직이 스펀지처럼 구멍나는 ‘크로이츠펠트 야곱병’ 등의 난치병에 걸려도 치매 증세가 온다.

(도움말〓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 우종인교수,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교수)

〈이성주기자〉

◇ 한국형 치매검사표

성신여대 심리학과 최진영교수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학력별 연령별 차이를 둔 ‘한국판 치매평가 검사표(K―DRS)’를 개발, 5월2일 워크숍을 갖고 보급에 들어간다. 다음은 ‘단축형 검사표’.

⑴다음의 숫자를 1초 간격으로 불러주고 외우는 수가 3개면 3점, 4개면 4점을 준다.

a.순서대로 외우기 2―6―1, 5―8―4―9 b.거꾸로 외우기 9―2―5, 6―4―7―8

⑵다음말을 따라하면 1점,못하면 0점.

“눈을 감고 손을 올리세요.”

⑶1분의 시간을 주고 동물의 이름을 가능한한 빨리 많이 말해보라고 한다. 한 개에 1점씩, 13점까지.

⑷다음 그림을 보여주면서 백지에 똑같이 그려 보게 한다.

XOXOXOXOXOXOXOXO

⑸그림을 제시하면서 똑같이 그리게 한다.

⑹다음 두 개의 낱말을 불러주고 공통점을 말하게 한다.

a.고등어―참치(어류 생선 등 추상적 반응은 2점, 바다에 사는 것 등 구체적 반응은 1점)

b.복숭아―자두(과일 과실 등 추상적 반응은 2점, 먹는것 음식 등 구체적 반응은 1점)

⑺‘아저씨’와 ‘전화’라는 두 개의 단어를 불러주고 두 단어가 다 들어간 문장을 만들면 1점.

⑻다음을 물어보고 맞히면 각 1점.

a.지금이 몇 월이죠.

b.오늘이 무슨 요일이죠.

⑼⑺에서 만든 문장을 회상시킨 후 한 단어만 기억하면 1점, 두 단어를 기억하면 2점, 완전한 문장을 기억해 내면 3점.

⑽큰 글씨로 ‘오후 개나리 닫다 기차 물’이라는 단어를 4번 소리내어 읽게 한다. 정확한 낭독 1회당 1점.

⑾다음 두 개의 낱말이 적혀 있는 종이를 차례로 제시한다. 두 개의 낱말 중 ⑽의 종이에 적혀 있던 단어를 고르게 한다. 1개당 1점씩.

a.오후―어깨 b.너비―개나리 c.땅―닫다 d.기차―오전 e.물―연탄

▼평가방법〓총점은 43점. 검사 결과 합계가 37점 이상이면 정상, 33∼36점은 치매 조심, 32점 이하는 치매일 가능성이 높다.

〈윤정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