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탠더드 라이프]헌옷 헌교과서 물려받고…

  • 입력 1998년 4월 23일 19시 43분


“출산을 축하해요. 우리 애들이 입던 옷이지만 아직 멀쩡해요.”

독일 본의 암 뢰머라거가(街)에 위치한 아파트에 사는 산모 막시 포어벡(27)은 2월 옆집 부인이 건넨 유아용 헌옷을 고맙게 받았다.

병원에 있는 동안 포어벡이 낳은 사내아이에게 병원측은 헌 베로 된 기저귀를 채우고 헌 옷을 입혔다.

산모가 병원에서 퇴원해 집으로 돌아오면 동네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애들이 입었던 옷을 선물한다.

쑥쑥 크는 아이들에게 몇번 입히지 못할 새 옷을 사는 어머니는 보기 힘들다.

포어벡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애들이 입던 옷을 내 아이에게 입힌다”면서 “거부감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주부들은 나중에 선물하기 위해 애들이 입었던 옷을 깨끗하게 세탁한 뒤 몇년 동안 잘 간수해 둔다.

본시청은 연초에 시민들에게 지역별로 쓰레기 종류별 수거일이 적힌 안내문을 나눠준다.

지정일 전날 밤 10시경이면 못쓰게된 물건들이 길거리에 나오기 시작한다.

가구나 가전제품 쓰레기가 나오는 날이면 동네사람들도 모여든다. 쓰레기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쓸만한 것들을 승용차로 실어간다.

외국에서 온 외교관이나 주재원 등이 귀국하면서 버린 물건들 가운데는 쓸만한 것이 많아 횡재하는 사람도 있다.

독일 초등학교 신입생들은 선배들이 사용했던 헌 교과서를 학교에서 물려받는다. 앞면 또는 뒷면에 4,5명의 이름이 적혀있지만 책 안에는 낙서 없이 깨끗하다.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집으로 가져가지 못하게 한다.

학생들에게 공부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교과서를 깨끗하게 오래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헌 것을 감사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독일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5천달러 수준. 우리의 3배가 넘는다.

〈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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