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동포의 오늘 ④/인터뷰]천주교회 즈베버신부

  • 입력 1998년 4월 20일 19시 52분


취재진은 3월1일 유즈노사할린스크시의 외딴 주택가에 있는 성야고보 천주교회에서 베네딕트 즈베버(한국명 최분도·66)신부를 만났다.

즈베버신부는 59년부터 90년까지 천주교 인천교구에서 사목활동을 해 한국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성직자다. 지난해 12월 사할린에 부임, 다시 운명처럼 한인문제에 접하게 된 그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영주귀국사업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노인들이 그렇게들 원하니 좋은 일이긴 하지만 한국에 가서 정말 행복할지걱정이에요. 한국에갔다가부부 중 한 쪽이 병들거나 숨지면 다른 한 쪽을 돌봐 줄 자식도 없지 않습니까. 고향, 조국 이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가정이 더 중요합니다. 가족과 떨어져 살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요.”

즈베버신부는 유창한 한국말로 “고향에 가고싶은 노인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나 같으면 자식을 놔두고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독일계로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혈통은 역시 독일입니다. 어디서 사나 그 피는 그대로예요. 한국이 좋기는 하지만 넓지 않은 나라인데 꼭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한국정부가 사할린 거주 한인 1세대 부부에 한해서만 귀국을 허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고요.”

그는 한국인의 대일감정에 대해서도 애정어린 조언을 했다.

“일본이 원수라는 생각을 이젠 바꿔야 합니다. 직접 당했던 사람들은 어렵겠지만 젊은 사람들은 생각을 바꾸는 게 바람직합니다. 유럽연합(EU)에 속한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완전하지는 않아도 사이좋게 지내려고 하는 노력을 본받아야 해요.”

즈베버신부는 또 “일본이 아무리 배상을 해도 모두가 100% 만족하는 배상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사할린 한인들이 고유의 말과 풍속을 지킬 수 있도록 일본정부의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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