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대 특차모집 파장

동아일보 입력 1998-04-03 20:01수정 2009-09-2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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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사립대 사이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특차모집 경쟁에 서울대가 가세하고 나섰다. 서울대는 올해 입시부터 정원의 30% 이내에서 특차모집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전형방식도 수능성적 80%, 학생부 20%로 다른 사립대와 별차이가 없다. 정시모집에 앞서 치러지는 타대학의 특차전형에 수능 고득점자를 많이 빼앗겼다고 판단한 서울대가 사립대와 동일한 방법으로 우수학생 유치에 뛰어든 것이다. 대학이 공부 잘하는 신입생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도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로 인해 올 대학입시와 교육현장 전반에 파생될 부작용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마다 특차모집을 하면서 늘 내세우는 명분은 입시제도의 다양화다. 과거의 획일적 신입생 선발방식에서 탈피하고 수험생에게 응시기회를 여러번 부여하겠다는 주장이다. 서울대도 이번에 같은 이유를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가장 획일적인 전형방식이 특차다. 대부분 수능시험 성적이라는 한가지 잣대로 지원자의 합격 여부를 가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계에서는 특차에 대한 비판론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서울대의 이번 특차도입은 대학들의 특차모집 경쟁을 더욱 가열시킬 것이 분명하다. 서울대가 특차를 통해 수능 고득점자를 집중 확보하게 되면 위기감을 느낀 다른 대학들이 특차비율을 더욱 확대하는 쪽으로 맞대응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능 위주의 입시준비가 더욱 확산되고 과외수요 증가는 물론 애써 추진해온 교육개혁 작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서울대가 지향하는 ‘대학원중심 대학’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서울대는 이같은 부작용과 사립대의 예상되는 반발을 내다보면서도 특차모집을 강행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신입생 모집단계에서부터 기선을 잡지 않으면 대학간 다른 분야의 경쟁에서도 처지게 된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한 듯하다. 하지만 서울대 입시가 우리 입시제도에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서울대가 어떤 입시방식을 택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일선 고교의 학습지도 방향도 서울대 입시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전국적으로 우수학생이 가장 많이 지원하는 대학인 만큼 다른 대학의 입시와도 어쩔 수 없이 유기적 관련을 맺고 있는 탓이다.

이 점에서 서울대는 입시방식을 정할 때 우리 교육 전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할 책임이 있다. 대학의 발전전략상 꼭 특차모집을 해야 할 필요가 있더라도 일반 사립대와는 차별성 있는 방식을 개발해 교육 현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 서울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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