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안기부장 수난사

  • 입력 1998년 3월 22일 21시 42분


▼북풍 수사과정에서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이 자해한 사건으로 역대 안기부장들의 수난사가 새삼 화제다. 중앙정보부와 안기부의 총수를 지낸 사람은 초대 김종필(金鍾泌)부장부터 권씨까지 모두 21명. 이중 박정희(朴正熙)대통령살해로 처형된 김재규(金載圭)를 비롯, 김계원(金桂元) 유학성(兪學聖) 장세동(張世東) 안무혁(安武赫) 이현우(李賢雨)씨 등이 유죄선고를 받았다.

▼제4대 김형욱(金炯旭)씨는 파리에서 실종된 후 현지에서 청부피살되었다는 설에다 청와대로 압송돼 어떻게 되었다는 설까지 남겼다. 그는 박정희에 대한 ‘배신죄’로 화를 당했다는 것이다. 그가 해외로 도피한 것은 73년4월 윤필용(尹必鏞)수경사령관 체포사건 이후 느낀 불안감때문이었다. 제6대 이후락(李厚洛)씨도 중정부장 퇴임후 해외로 나갔다가 박정희의 신변보장 언질을 받고 돌아왔다.

▼97년1월 미국 중앙정보국(CIA)국장지명자 레이크는 상원 인준과정에서사퇴했다.94년보스니아내전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서 이란의 무기공급을 묵인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76년7월 엔테베작전의 신화를 창조한 이스라엘 비밀정보기관 모사드의 야톰국장도 지난달 사임했다. 모사드가 최근 스위스 베른 근처 이슬람단체에 대한 도청장치를 설치하다 발각된 사건에 책임진 것이다.

▼서방세계 정보기관의 원조격인 영국 MI5와 MI6의 책임자는 베일에 가려 있다. 루스벨트 미국대통령이 2차대전중 처칠 영국총리의 권고로 MI를 본떠 창설한 정보기관이 OSS였다. 이것이 냉전수행을 위해 CIA로 개편됐다. MI5 MI6나 모사드 같은 정보기관들은 비록 실수로 그 책임자가 인책되는 일은 있어도 기관자체가 불신받은 일은 드물다. 정권의 사병(私兵)이 아니라 국익수호에 철저히 헌신하는 정보기관들이기 때문이다.

김재홍<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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