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70)

  • 입력 1998년 3월 17일 20시 02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138〉

오빠를 떠나보내게 된 검은 옷의 사내는 이별의 슬픔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애써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습니다.

“오! 바그다드! 바그다드! 사실은 나도 바그다드 처녀 하나를 사랑한 적이 있었지. 그 처녀는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였는데, 나는 그녀를 오년 동안이나 사랑했었네. 그 여자는 나의 사촌누이동생이었지.”

오빠 또한 검은 옷의 사내와 헤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애써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습니다.

“바그다드 처녀를 오년 동안이나 사랑했었다고요? 게다가 그 여자가 당신의 사촌누이동생이었다고요? 그렇다면 당신은 왜 그 여자와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루지 않고 혼자 이 낯선 타국에까지 와 시체나 매장하고 있는 거죠?”

오빠가 이렇게 말하자 검은 옷의 사내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사실은 나도 그 여자와 결혼하여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만끽하며 살고 싶었어. 그러나 그 여자는 끝내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았어. 왜냐하면 그 여자는 내가 아닌 그녀의 친 오빠를 사랑하고 있었거든. 이룰 수 없는 사랑이 병이 되어 나는 마침내 나 스스로를 고독한 순례자의 길로 몰아내고 말았던 거지.”

이렇게 말한 검은 옷의 사내는 오빠를 부축하여 말에 태워주었습니다. 그 검은 옷의 사내는 다름아닌 오년 동안이나 한결같이 저를 사랑했던 카이로의 제 사촌오빠였던 것입니다. 따라서 오빠와 검은 옷의 사내는 알고보면 서로 사촌간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전에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전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잘가시오, 형제여! 부디 알라의 도움이 있어 무사히 바그다드까지 가 그대의 소원을 성취하기 바라오.”

검은 옷의 사내는 오빠를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종려나무 잎사귀 하나를 꺾어들더니 힘껏 말 엉덩이를 때렸습니다. 그러자 오빠를 태운 경주마는 소리 높여 울부짖더니 힘차게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오빠에게는 검은 옷의 사내에게 작별의 인사말마저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오빠를 태운 경주마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사흘 동안을 두고 쉬지 않고 달린 끝에 마침내 바그다드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흘 동안 오빠의 병은 악화될 대로 악화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오빠는 저를 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꺼져가는 목숨을 부여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오빠는 마침내 고향집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오, 정말이지 검은 옷에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오빠가 돌아온 날을 저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집으로 들어선 오빠는 저를 향하여 말했습니다.

“오, 마침내 나는 마지막 소원을 이루었구나!”

그 너무나도 그리운 목소리를 듣고 저는 기쁨의 탄성을 질렀습니다.

“아, 오빠! 마침내 오빠가 돌아왔군!”

이렇게 소리치며 저는 오빠에게로 달려갔습니다. 그때 저의 두 눈에서는 기쁨의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고, 가슴은 기쁨으로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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