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의 세계]FBI,해커「애널라이저」 긴급수배

  • 입력 1998년 3월 11일 20시 11분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긴급 현상수배범 목록에 ‘애널라이저’라는 이름을 추가했다.

‘분석자’라는 뜻의 애널라이저는 지난달 미 국방부와 항공우주국(NASA) 등의 컴퓨터 시스템에 침입한 캘리포니아주 클로버데일에 거주하는 10대해커 2명을 교사한 배후인물. 그러나 FBI는 그가 인터넷에서 애널라이저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18세 가량의 이스라엘 청소년으로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해킹기술을 전수하는 ‘해커 마스터’라는 정도 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 애널라이저가 미 국방부 존 함레 부장관의 말처럼 ‘국방부 역사상 가장 가공할 만한 사이버공격의 주범’이라는 사실도 컴퓨터에 띄운 그의 경고 메시지를 보고서야 알았을 정도.

애널라이저는 FBI가 지난달 25일 ‘제자’들을 체포하자 FBI의 추적수사에 협조한 인터넷서비스회사 ‘넥스트덱스’의 컴퓨터망에 FBI로 보내는 경고메시지를 띄웠다. “나와 내 제자에게 해를 입히려 한다면 무서운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는 위협적인 내용이었다. 이와 함께 그는 넥스트덱스의 컴퓨터망을 한때 무력화해 경고가 빈말이 아님을 과시했다.

FBI는 처음에는 경고를 장난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가 인터넷 잡지 ‘앤타이온라인’에 자신이 침입한 미 국방부 컴퓨터 시스템의 비밀번호 목록이 담긴 파일을 보내오자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최근에 대담하게도 앤타이온라인과의 인터넷 인터뷰에 응해 자신의 해킹철학 등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파괴 그 자체를 위해 또는 정보를 빼내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기술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해킹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데이터 삭제 등 파괴행위 대신 컴퓨터망의 보안구멍을 찾아내 이를 메워주는 유익한 해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애널라이저는 “체포되는 실수를 저지른 사람들은 더 이상 나의 제자들이 아니다”며 제자를 비난한 뒤 “은퇴를 앞두고 많은 제자를 두고 싶었다”고 말해 곧 해커계에서 은퇴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FBI는 현재 해킹전문 수사관 47명을 동원, 그를 추적하고 있다.

〈윤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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