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외교관의 「군살빼기」

입력 1998-03-09 19:49수정 2009-09-2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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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권 시절에는 권력주변에 있던 웬만한 사람들이면 쉽게 대사(大使)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좀 쉬라는 명목으로 가는 곳이 대사(大使) 자리였다. 젊은 외교 엘리트들에게는 ‘낙하산 타고 온’ 이들을 뒷바라지하는 일이 외교보다 더 중요했다. 5·16직후에는 고시 3부로 불리던 외무고시 자체가 폐지됐다.4급 주사로 충원하다 68년이 되어서야 외무고시가 부활되는 홀대를 받았다.

▼과거 외무부는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힘없는 부서라는 불평이 적지 않았다. 새 정부도 고위직을 12개나 줄이는 등 대대적 외무부 감량을 단행했다. 그러나 지금도 외교관 9백여명 중 특1, 특2급만 70여명이나 된다. 다른 부처에는 없는 이런 직제는 위인설관(爲人設官)이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기에 통상부까지 합쳤으니 효과적인 인력 운영이 어느 부서보다 필요할 것이다.

▼박정수(朴定洙)신임 외교통상부장관은 앞으로 대사직을 3회 이상 못 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기는 처음부터 대사로 외무부에 들어와 20년이상 대사만 역임한 사람도 있었다. 현재 5회이상 대사직을 역임한 사람이 3명, 3회 이상은 20여명이나 된다. 지금 계산으로는 최근 외교일선에 첫발을 디딘 사람의 대부분은 평생 대사 한번 못하고 64세에 정년 퇴임해야 한다.

▼외교관은 전문성과 경험이 중요하다. 아무나 국제무대의 ‘마당발’이 될 수는 없다. 정치적 임명 케이스는 가급적 없애는 것이 당연하다. 무한경쟁시대 외교에는 새로운 ‘인력수혈’ 또한 절대적이다. 서기관에서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려면 10년은 족히 걸리는 곳이 외무부였다. 고위직이 적체된 조직은 뒤뚱거릴 수밖에 없다. 외교통상부 구조조정은 인사숨통을 틔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남찬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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