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 라이트]공주 상신 「놀이학교」운영 권완상씨

  • 입력 1998년 3월 1일 21시 02분


“스스로도 잘해요.”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어요.” 아이들이 선생님의 선창에 목이 터져라 외친다.

“어제는 제가 계룡산을 향해 큰 소리를 지르니까 산이 무너져 다시 세우느라 고생 많이 했어요.”

선생님의 우스갯소리에 아이들은 “하하하”하고 크게 웃는다.

요즘 충남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상신마을에는 주말이면 아이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계룡산 도예촌’으로 잘 알려진 상신마을로 귀농한 권완상씨(33)가 만든 ‘산골 아이들 놀이학교’(0416―857―0697). 서울 대전 등 대도시에서 온 4세이상의 아이들에게 비석차기 굴렁쇠굴리기 소달구지타기 짚가리싸움 등 전통놀이를 가르치며 자연을 벗삼아 뛰어놀게 하고 있다.

토끼몰이시간. 아이들이 잔뜩 들뜬 표정이다.밀치는 아이들을 세줄로 세워 한번에 20명이 토끼 5마리를 잡는다.

“놀이동산에 가서 기구를 타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어요.” 아이들은 좋아라 일제히 합창.

“하루종일 기운이 다 빠질 정도로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 자연이 가장 좋은 놀이터이며 선생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아이들이 전통놀이를 하면서 눈 귀 코 혀 살갗으로 풀 나무 짐승 벌레 등 살아있는 자연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전인교육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는 것.

충북 영동의 추풍령이 고향인 권씨. 충남대를 나와 서울 대구 등을 돌다 93년말부터 대전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직장생활에 지친 그는 우연히 찾아간 상신마을에 끌려 95년 8월 월세 4만원짜리 단칸방으로 이사왔다.

“직장에서 겪는 갈등을 벗어나고 싶기도 했고 또 어려서부터 들꽃과 아이를 좋아했던 터라 농촌에 뿌리내리기로 했지요.”

우선 논인지 밭인지 구분이 안되는 노는 땅 4천평을 동네어른 4명에게 빌렸다. 1년간 혼자서 놀이학교를 만드느라 반목수가 다 됐다. 원두막과 징검다리를 만드는가 하면 토끼 닭 강아지를 사와 우리에서 기르기도 했다. 들꽃과 나무도 심었다. 이같이 놀이학교를 만드느라 혼기를 놓쳐 아직 미혼인 권씨.

그는 “몸은 고되지만 아이들과 노는데 머리쓸 일이 없어 도시생활보다 3배는 행복하다”며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공주〓오윤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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