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백석기/정보산업 일감 창출 급하다

  • 입력 1998년 2월 27일 20시 0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취임사에는 정보화에 대한 내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지식정보사회로 나아가는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아 기술입국의 소신을 가지고 21세기 첨단산업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적극적인 정보화의 의지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보통신분야 종사자들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낭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밝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우리 지식정보산업계는 갑자기 불어닥친 불황속에서 당장 살아남을 수 있는 시급한 후속조치에 목말라 있다.

‘두뇌산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만 해도 일거리는 반으로 줄고 도산업체들이 늘고 있다. 인력난으로 애를 먹던 정보통신업계가 어느새 과잉인력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국가 공공기관은 물론 경영상태가 괜찮은 기업들마저 추진해오던 정보화사업을 축소 중지 연기 포기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다른 한편에서는 늘어나는 실직자나 유휴여성인력에 대한 재취업의 해법을 컴퓨터와 통신관련 교육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보통신 교육기관에는 취업 수강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대다수 교육기관마다 졸업생 취업률은 절반이하로 떨어졌고 계속 더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일자리를 찾아주기 보다는 없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가 더 시급해졌다. 따라서 이제는 미국의 뉴딜정책에서처럼 일감 창출과 고용인력 확대에 역점을 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어려움에 처한 정보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세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는 대단위 정보화 국책사업 발굴로 전문인력의 수요를 확충해 나가는 일이다. 창조지식 분야에서만은 정부도 소극적 정책보다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보다 공격적인 정책으로 대대적인 일감창출에 나서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국가 지방 공공단체 및 학교 매스컴 연구 사회단체가 갖고 있는 무수한 지식정보와 문화자원을 정보화하는 사업을 들 수 있다. 또 무한한 시장이 열려 있는 영상물제작 같은 ‘콘텐트산업’ 등 발굴 육성할 만한 일감은 얼마든지 있다.

둘째는 정보통신분야를 수출산업으로 적극 육성하는 일이다. 우리나라 지적무역을 보면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만큼 국제화가 덜 되어 있고 기술전문인력의 생산성도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러다가는 정보지식사회에서 설자리를 잃고 만다. 차제에 동기부여를 위해서라도 소프트웨어 산업 등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도 내수보다 수출시장 개척에 역점을 두어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미국 등 정보선진국의 프로젝트 도입, 공동 개발 또는 하청 유치 등으로 선진기술 수용과 치열한 국제 경쟁을 이겨낼 만한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

셋째는 정보통신업체의 구조조정과 함께 대담한 아웃소싱(Outsourcing)을 활성화하는 일이다. 구조조정은 정보화된 네트워크 사회에 걸맞게 체제개편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현행 체제 위에서 규모를 줄이고 업무 전산화만 추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유연성과 아웃소싱의 활성화가 체질화되어야만 속도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특히 아웃소싱은 중소기업과 자유직업인의 전문성을 높여주고 참여 기회를 확대해주며 사장된 퇴직 전문인력의 경륜까지도 유익한 국가자산으로 되살리는 효과가 있다.

백석기<정보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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