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함께]「장애인 불편없는 세상 만들어요」

  • 입력 1998년 2월 18일 09시 19분


96년 1월경 지체장애인 등 6명이 특수교사 생활을 하다 호주에서 연수중이던 전정옥(田正玉·36·여)씨를 만나러 왔다. 이들은 평소 친분이 있었던 사이. 이들이 9박10일동안 머무르며 둘러본 호주는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보도턱이 거의 없고 모든 건물에 완만한 경사로가 설치된데다 전철 버스 택시 등 대중 교통수단도 일반인처럼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장애인이 일반인과함께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도 너무 부러웠다. 한 장애인은 호주에 다녀온 뒤 “30년만에 처음 인간적인 대접을 받은 곳이 이국땅이란 사실이 가슴 아프다. 고국땅에서도 인간으로 대우받고 싶다”고 일기장에 적었다. 그해 12월 서울. 이들 6명을 포함, 장애인 직장인 대학생 50여명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촉진 시민모임’(대표 이계준·연세대교수)이 발족했다. 사무국장은 귀국한 전씨가 맡았다. 이들은 이후 장애인 편의시설 신고전화를 개설하는 한편 각종 대중교통과 호텔 영화관 백화점 식당 등의 편의시설 실태를 조사, 방송매체와 소식지 가두캠페인 등을 통해 공론화하는 데 앞장섰다. 서울시가 앞으로 건설하는 지하철 등에 이들의 요구를 반영하기로 하는 한편 한 외국계 패스트푸드 체인업체는 경사로를 설치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이 모임 배융호(裵隆昊·33)연구실장은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여성들을 위해서라도 보도턱을 낮춰야 하듯 정부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편의시설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장애인이 아무런 불편없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02―312―5720∼1 〈선대인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