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 라이트]유니텔 주부동호회 대표 김유경

  • 입력 1998년 2월 15일 21시 01분


서울 서교동에 사는 주부 김유경씨(35).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부엌에 있는 컴퓨터로 향한다. 컴퓨터를 켜고 쌀을 씻어 불에 올려놓고 통신에 올라온 편지들을 확인한다. 아침준비. 늦잠꾸러기 두아들 유치원 보내랴, 출판사 다니는 남편(35) 출근시키랴 집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집안일을 대강 마친 오전 10시. 부엌은 다시 ‘나만의 방’이 된다. “아, 영이 엄마에게서 만나자는 편지가 왔었지.” 커피물을 올려놓고 컴퓨터 앞에 앉아 ‘외출’을 시작한다. 가상공간에 만들어진 ‘주부들만의 나라’로. 김씨가 매일 찾는 곳은 유니텔 주부동호회 ‘주부네트웍’. 이 동호회 대표인 그는 96년 9월 이 모임 출범부터 ‘장기집권’하고 있다. “남편의 어깨너머로 컴퓨터통신을 배운 뒤 저도 한번 대화방이라는 데를 접속해 봤어요. 그러나 갈 곳이 없더라구요. 대부분 젊은이들 방이어서 ‘할머니’로 대접하질 않나…. 한 동호회 방에 갔더니 남자들이 ‘애인이 있느냐’며 짓궂게 굴어요.” 그래서 만든 것이 주부만의 나라 ‘주부네트웍’. 가상공간에서조차 마땅히 갈 곳이 없었던 주부들이 모여들어 벌써 회원이 1천2백여명을 헤아린다. 부산댁 강릉댁뿐만 아니라 미국댁 홍콩댁도 있다. 이용시간면에서도 3백여개의 유니텔동호회중 10위안에 들 정도. 주부라는 공감대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 “주부는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에 하루내내 종종거리느라 사회와 단절됐다는 생각이 강해요. 주부가 자투리시간에 세상과 접속하는 통로로서 컴퓨터통신만큼 좋은 것도 없지요.” 주부는 대화에 목마르다. ‘주부네트웍’의 회원전용게시판 ‘장미의 나라’에는 서로 얼굴을 모르는 주부들이 부부갈등 자식걱정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게시판에 하소연과 위로만 뜨는 것은 아니다. 시장정보 육아교육 요리 멋 건강 컴퓨터 등 살림정보와 지혜가 가득하다. 대전의 류천희씨(41)는 1백개 이상의 요리법을 올려놓아 저녁메뉴를 걱정하는 회원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있다. “회원이 통신상에 올린 삶의 얘기를 모아 펴낸 ‘장미의 나라’(나라사랑) 얘기도 해야 하는데….” 김씨는 ‘주부네트웍’이 주부들의 삶에 활기를 주고 있다며 자랑스러운 표정이다. 〈김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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