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천호동 명진보육원 세쌍동이 박성진-성호-성완

  • 입력 1998년 2월 15일 2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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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았다. 그러잖아도 작은 두 눈이 아예 감길 정도로 활짝 웃는 모습이. 이마에 주름을 잔뜩 잡아가며 샐쭉거리는 폼도 영락없는 ‘붕어빵’이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 명진보육원 ‘터줏대감’ 박성진(朴誠眞·16) 성호(誠鎬) 성완(誠完)형제. 닮을 수밖에. 몇 분 차이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엄마배를 박차고 나왔으니까. 셋을 한꺼번에 낳느라 고생을 한탓인지 엄마는 백일을 갓넘긴 아기들을 뒤로 한채 눈을 감았다. 그때부터 시작된 보육원 생활. 세쌍둥이 형제는 어느 보육원에서나 ‘마스코트’였다. 외부에서 손님이 올 때면 원장님은 항상 이들을 불러세웠다. “지금은 다 커서 징그럽지만 어렸을 때는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른다”고 자랑하는 맏형 성진이의 별명은 ‘물찬 제비’. 여자애들이 유난히 따라 붙여진 별명. 인문계인 강동고에 진학하는 성진이는 “아직 어려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진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체육교사가 꿈”이라고 말했다. 낯가림이 심한 둘째 성호. 동생 성완이와 함께 한양공고로 진로를 결정했다. 유도를 잘해 특기생으로 진학할 수도 있었지만 최소한 7개의 자격증을 따내겠다는 목표를 위해 운동을 포기했다고. 어떤 때에 쌍둥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어려서부터 셋 중 한 명이 앓아 누우면 며칠 간격으로 나머지 둘도 꼭 아프곤 했다”고 대답했다. 막내 성완이는 “미국에서는 제일 늦게 태어난 사람이 첫째”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꼬박꼬박 ‘형’이라 불러준다. 별명은 ‘타이슨’. 간혹 짓는 ‘험악한’표정이 유별나다. 각자 성격이 다른 세 사람이지만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는 한번도 보지 못한 엄마 얼굴이 떠오르는 공통된 경험을 한다. 그럴 때는 형이나 동생의 손을 꼭 잡아 본다. 〈금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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