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그곳에 가고 싶다]남해금산-미조항의 넉넉함

  • 입력 1998년 2월 12일 08시 27분


지난 겨울 이맘때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우리는 그 여행을 ‘봄을 심는 겨울여행’이라 명명했다. 동해 최북단에서 7번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남쪽으로 가는 길. 하지만 부산쯤에 이르러 우리 가난한 대학생들 여행비는 바닥이 났고 고심끝에 남해도(南海島)로 향했다. 그것은 친구 친척중 한분이 그곳에 살고있었기 때문. 하지만 우연히 찾은 그 곳이 나를 꼼짝 못하게 사로잡을 줄이야. 나는 그이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때 그곳을 제일로 치게 되었다. 남해도는 안쪽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안온하고 낭만적인 섬이다. 남해 금산(錦山)도 좋다. 주차장에서 조금 걸어 올라가면 보리암과 정상에 이르는데 한눈에 넓은 남해바다를 굽어보며 산을 오르는 즐거움이 있다. 산허리는 그야말로 부드러운 비단을 둘러놓은 듯하고 정상은 바위들로 장관이다. 금산에 올라 남해를 가까이 또 멀리 바라보니 명랑한 기운을 한껏 느낀다. 바다는 점점이 흩어진 작은섬들로 갖가지 표정을 갖는다. 그냥 멍하니 한참을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그리 좋을 수 없다. 금산을 나와 미조항 근처 여인숙에 들었다. 미조항은 마치 새둥지를 연상케할 정도로 배들로서는 최적의 보금자리인 것같았다. 새벽녘, 뱃고동소리와 부산한 뱃사람들의 움직임에 잠을 깼다. 그리고 다시 잠이 깜빡 들어‘늘어지게’늦잠을 잤다. 미조항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나가며 남해금산과 미조항이 주었던 포만감과 더 많은 곳을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아쉬움을 동시에 느꼈다. 요즘도 나는 서울살이에 갑갑하고 숨이 막힐 때 꿈처럼 바람처럼 그곳을 떠올린다. 올겨울이 가기전에 꼭 한번 다시 가봐야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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