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性희롱」

  • 입력 1998년 2월 11일 19시 51분


▼전세계에서 성희롱소송이 가장 많은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성희롱당했다며 소송을 낸 사람이 92년에 1만명을 넘어선 이래 소송건수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직장 남성들에게 성희롱은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성희롱소송에 잘못 걸려들면 망신은 물론이고 엄청난 위자료를 물기 때문이다. ▼벌벌 떨기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여직원이 동료 남자직원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할 경우 남자직원에 대한 감독책임이 있는 회사경영자까지 소송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흔하다. 이때문에 많은 기업이 회사내 남녀 직원들의 데이트를 금지하거나 성적 농담이 오고가기 쉬운 망년회 등의 모임을 공식적으로 폐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성희롱에 대한 법적인 규제가 시작된 것은 76년부터였다. 그러나 어떤 언행이 성희롱에 해당되는지 하는 문제는 최근까지도 큰 논란거리였다. 대체로 미국의 경우 성희롱을 따지는 기준은 두가지다. 하나는 상급자가 불이익을 암시하면서 성적 요구를 했는지 여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적대적 환경’을 조성했느냐 여부이다. 적대적 환경이란 쉽게 말해 ‘성적으로 불쾌감을 주고 불편하며 거부감을 주는 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서울대교수의 여조교 성희롱사건이 10일 대법원에서 피해자인 여조교의 승소로 결말이 났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성희롱은 요구를 거절하는 상대방에 대한 해고나 승진거절 등 고용상의 차별이나 근로환경의 부당한 불이익이 가해졌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고 한 원심과는 달리 단지 성적 표현행위가 불법적이라면 성희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성희롱을 쌍방간의 고용관계에 한정하지 않고 폭넓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되는 판결이다. 김차웅<논설위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