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폴라 이청승 사장

  • 입력 1998년 2월 11일 19시 51분


“어떻게 ‘맨입’으로 그 치밀한 일본인에게서 1천만달러(1백50억원)를 그렇게 싼 이자로 빌릴 수 있었습니까.” IMF한파로 부도위기에 몰렸던 한 중소기업사장이 연리 2%의 싼 외자(外資)를 도입, 극적으로 회생하자 그 비결을 묻는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한국폴라(POLA)의 이청승(李淸勝·53)사장. 일본 굴지의 화장품회사인 폴라와 합작으로 86년부터 국내에서 화장품을 생산해온 이 회사는 IMF한파로 부도위기에 몰렸다. 백화점 연쇄부도로 20여개 백화점에서 끊어 준 3개월짜리 어음이 휴지조각이 됐다. 수입제품이라는 오해로 매출도 급감, 대리점도 하나 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월 매출액이 평소 절반 수준인 12억원으로 감소했다. 위기에 빠진 회사는 종업원 3백여명 중 40명을 감원했고 봉급도 줄였다. 12월 본사 도움으로 미쓰비시은행에서 30억원을 수혈받아 숨통이 트이는 듯했지만 회사 정상화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이사장은 일본으로 갔다. 한국에서 금모으기 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고 롯데그룹 신격호(辛格浩)회장과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회장 등이 사재를 내 놓는다는 내용 등을 담은 동아일보 스크랩을 들고 일본 도쿄(東京)의 본사로 가 스즈키회장과 ‘담판’을 벌였다. 아무 말없이 찬찬히 기사를 읽어내려가던 스즈키회장은 “이런 나라라면 희망이 있다”며 “본사 이익금 중 1천만달러를 연리2%로 5년간 빌려주겠다”며 즉석에서 제안했다. 예상보다 5배나 많은 은행돈 아닌 회사돈. 국내대출이자가20%를넘는점을 감안하면 ‘공짜’나 다름없었다. 이사장은 “정부나 은행의 도움보다 외국에서 자구노력을 해보자는 분들이 용기를 얻고 여러가지 물어온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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