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연대 영문학 61학번 「복학생할아버지」이희차씨

  • 입력 1998년 2월 9일 20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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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끗희끗한 백발이 내린 57세. 그러나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다. 연세대영문과 4학년 이희차(李希次)씨. 그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있는 연세헬스클럽 사장이다. 이 곳에서 러닝머신과 역기를 하며 땀을 흘리는 손님 중 90%는 학생. 아들뻘되는 후배겸 손님들을 ‘할아버지 대학생’ 이씨는 애정어린 손길로 지도한다. “졸업장이 중요한 건 아니었지요. 단지 흘러가버린 내 인생의 단편들을 되찾고 싶었습니다.” 61학번인 이씨가 교정에 다시 발을 들여놓은 것은 95년. 홀어머니밑에서 생계가 어려워 휴학을 한 지 33년만이었다. 이씨는 휴학 후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장교시험을 쳐 육군 소위로 임관됐다. 그러나 몇 년이면 될 줄 알았던 군생활은 월남전 참전을 계기로 18년이나 이어졌다. 22세에 입대해 마흔살에 소령으로 예편하기까지 온 청춘을 군에 바친 것. 복학후 지난 2년반 동안 하루도 강의를 빼먹지 않았다. 헬스클럽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군용침대와 전기난로를 둔 ‘공부방’을 만들었고 방학때는 다음 학기 교재를 미리 구해 예습을 하기도 했다. 가장 힘든 일은 후배들과 어울리기와 공부. MT 같은데 빠지지 말아야 하는데 성격 탓인지 그런 게 잘 안됐다. 공부는 열심히 했으나 나이 탓인지 기억력이 없어 성적은 잘 나오지 않았다. 전공과목에서 학점이 나오질 않아 예정보다 한 학기를 더 다니게 됐다. “그래도 즐겁습니다. 영원한 ‘신촌사람’으로서 젊은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에겐 소중한 일이죠.” 〈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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