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책「민요따라 삼천리」 단독입수]아련한 「北 민요」

입력 1998-01-23 19:59수정 2009-09-2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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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마다 독특한 자연의 풍광과 민초들의 세상살이를 품어 안은 우리의 노래 민요. 민중의 삶 한가운데서 흘러나온 가락,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져 온 노래말이기에 반세기의 분단도 민요 속에 배어있는 민족 정서의 원형질을 건드리지는 못했다. 설을 맞아 가고파도 갈 수 없는 향수의 땅, 북한으로 민요기행을 떠나 보자. 최근 본보가 입수한 북한책 ‘민요따라 삼천리’(95년 평양출판사 간)를 안내서 삼아. 저자 최창호는 1920년대 출판된‘잡가집’과 30년대의‘신구잡가’등의 자료 및 북한 명창과 촌로들의 구술을 참고했다고 밝히고 있다. “깔고앉아 구기자나무/가죽같은 청피나무/오목다리 오목나무/목에 걸려 가시나무/타향 객지에 벗나무라/도끼들어 패나무에/죽어도 살구나무.” ‘나무타령’은 백두대간이 시작되는 회령과 무산일대의 산간지방에서 널리 불려졌다. 봄에 찧는 방아는 덕이 활짝 피어나라고 덕발(德發)방아, 여름방아는 가난에서 벗어나자고 빈탈(貧脫)방아, 가을방아는 복이 오라는 복래(福來)방아. 계절마다 별칭이 있을 정도로 물방아가 흔하던 관북지방의 옛풍경은 ‘숲속의 물방아’에 담겨 있다. 음력 3월 한식을 전후해 북청 남대천 철교밑 백사장에 둘러앉아 북장단에 빙글빙글 춤추며 불렀다는‘돈돌라리’와 물동이에 바가지를 엎어놓고 장단을 치며 부르던 ‘흘라리’는 춤판에 빠지지 않는 경쾌한 민요. 함흥지방에서는 일제 시대 장진강 부전강 수력발전소 건설공사에 강제징용된 노동자의 애환을 담은 ‘넋두리’나 귀양살이 유랑민의 심경을 읊은 ‘애원성’이 심금을 울린다. 산간지방의 민요가 적은 이유는 우리나라의 민요가 대부분 집단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논일 등을 하면서 불려진 노동요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 격정적이면서도 애련한 서도민요의 요람 관서지방. 듣는 이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수심가’가 있는가 하면 ‘양산도’‘방아타령’‘장타령’처럼 어깨춤이 절로 나는 흥겨운 민요와 서사적인‘배따라기’‘배뱅이’도 있다. ‘약산의 진달래’‘배따라기’‘영변가’의 고향인 영변의 약산. 묘향산 유람을 하고 싶으면 서도잡가 ‘향산록’을 들어보자. 명월당 애월당 해달문 취운당 백운각 용연포 천진포 무릉포 만폭동 보현사 등 계곡마다 들어앉은 명승지를 안내해준다. 명창이 많이 나온 남포시 용강지방은 ‘용강기나리’와‘배뱅이굿’의 보금자리. 논일을 하면서 부르던 기나리에 굿거리장단의 타령이 합쳐진 ‘용강기나리’는 북한의 민요가수들이 가장 즐겨 부르는 민요이기도 하다. 19세기 중엽부터 장터에서 불려졌다는‘장타령’은 맺힌 시름을 풀어주는 해학적인 가사가 일품. “얼씨구 넘어간다, 저얼씨구 넘어간다”로 시작해 숫자풀이로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물감타령’‘바지타령’등 여러 갈래가 있다.‘코타령’의 한 대목. “이산 저산에 토끼코/창수 밀림의 곰의 코/토끼 노루 둘러메고/집으로 덜썩 들어서니/얼싸좋아 벙글코/고기맛 좋아서 구수코/바다건너 서양코…이코 저코 걸려서/사사건건에 원한코/발칙한 놈 발랑코….” 서도민요이면서도 선율진행이 유순하고 멋스러운 황해도민요 중엔‘도라지타령’이 대표적. 풀무질할 때 부르던‘풍구타령’‘난봉가’‘산염불’‘물푸는 소리’등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긴 난봉가’‘잦은 난봉가’‘병신난봉가’‘개성난봉가’등 남녀간의 사랑을 노래한 ‘난봉가’가 발달했다. “경전오리 호주돈 전주돈/꺾음전을 다 낼지라도/석경에 동집게 내 사다줄게/이마나 눈썹을 /여덟에 팔자루만 지여라”(‘별조난봉가’). 이소라문화재전문위원은 “그동안 북한의 민요들은 실향민이나 옌볜지방의 조선족들로부터 채록해 명맥을 이어왔다”며 “북한뿐 아니라 남한쪽의 민요까지 집대성한 북한의 민요집이 입수된 것은 처음”이라며 반가워했다. 그는 “다만 구체적인 현장답사 없이 기존 자료집이나 명창들이 남긴 레코드를 통해 민요를 수집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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