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협상]JP모건社,국제적 비난 몰려 수정안 제시

  • 입력 1998년 1월 20일 20시 12분


정부는 21일 뉴욕에서 열리는 외환협상에서 유럽계 은행과 미국계 은행의 입장차이를 최대한 활용, JP모건 등의 무리한 요구수준을 가능한 한 크게 낮출 방침이다. 20일 재정경제원에 따르면 독일 등 유럽계 금융기관들은 최근 독자협상안을 제시하는 등 미국계 은행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있다. 우리 정부도 한국경제의 외환상황이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미국 시티은행에 협상중재를 요청했다. 임창열(林昌烈)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이와 관련, “단기외채를 국채로 전환하는 JP모건 안은 고금리 등 문제가 많다”며 “존 리드 시티은행회장에게 뉴욕협상을 중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간 무리한 요구를 해왔던 JP모건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약화하면서 우리측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게 재경원의 관측이다. 유럽계 은행의 협상안은 △단기외채 2백50억달러를 한국은행이나 한국정부가 지급보증하는 조건으로 만기를 5년간 연장해주고 △금리도 처음 2년간은 고정금리로 하고 나머지 3년은 점차 인상한다는 것. 반면 외채협상을 주도해온 JP모건의 최초 협상안은 △총 2백5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 1백50억달러는 한국 금융기관의 단기외채를 갚는데, 나머지 1백억달러는 외환보유고를 늘리는데 쓰고 △10∼13%의 고금리로 하며 △외환사정이 나아질 경우 도중에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내용이다. 그러나 국제적 비난여론에 부닥치자 JP모건은 △단기외채 상환용으로 90억달러만 국채를 발행하고 나머지 60억달러는 정부의 지급보증하에 만기연장하도록 조건을 완화하며 △콜옵션도 수용한다는 수정협상안을 추가로 내놓았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국채발행은 자제하고 △정부 지급보증 규모도 반드시 필요한 경우로 최소화하며 △협상주도권도 JP모건사에서 시티은행으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경원은 유럽계 협상안이 우리측에 훨씬 유리한 조건이지만 미국측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만큼 낙관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사의 신용평가등급 조정 움직임과 외국자본유입 재개, 환율안정 등으로 우리 경제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어 우리측의 협상력이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계 은행들도 한국 대출금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만큼 조기 협상타결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우리 정부가 이같은 유리한 변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뉴욕협상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임규진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