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현구/총리실 직속「통상기구」설치하라

  • 입력 1998년 1월 16일 20시 12분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고 성장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수출을 통해 활로를 열어갈 수밖에 없다. 정부조직개편도 수출증대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통상기능 강화와 기술력 제고에 전략적 초점을 모아야 한다. 통상조직은 집중형으로 가닥은 잡혔으나 통상전담형과 외교통상형으로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 문제는 다음 몇가지 점에 비추어볼 때 통상업무를 전담하는 장관급 기관장의 통상협력처(또는 통상대표부)를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유는 첫째, 오늘날 통상은 외교적인 측면보다 거시경제정책 산업정책 기업활동 등과 직결되는 경제문제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한미자동차협상에서도 자동차세제를 둘러싼 재정수입, 자동차산업 경쟁력, 환경문제 등이 최대의 쟁점이었다. 산업계와의 연계가 미흡한 외무부가 이러한 통상문제에 대하여 적절한 사전대응과 효과적 사후관리를 하기 어렵다. 둘째, 아직도 남북한간의 긴장이 상당한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린우호를 도모하는 외교와 경제적 실리를 다투는 통상을 같은 부처에 묶어두면 외교안보적 논리에 밀려 통상실리를 잃기 쉽다. 통상기능은 모으되 외교와 통상을 분산시키는 고도의 대외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셋째, 전통적으로 정무외교를 중시하고 순환보직을 인사원칙으로 하는 것이 외무부 조직이며 대사를 직업적 목표로 하는 것이 외교관의 정서다. 이러한 풍토에서 경제 산업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협상 노하우를 두루 갖춘 통상전문가가 육성되기는 어렵다. 마지막으로 통상협력처가 오히려 작고 효율적인 정부의 정신에 부합된 안이라 할 수 있다. 기능적 효율성을 무시한 채 조직의 신설을 큰 정부로 보는 것은 안일한 형식논리다. 조직개편이 부처간의 정치적 게임에 놀아나서는 안된다. 새 정부 나름대로의 확고한 비전과 전략적 틀 속에서 일관성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김현구(성균관대교수·행정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