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강희원/꽃과 함께 살아가는 몬트리올 시민

입력 1998-01-13 10:08수정 2009-09-2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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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영화제로 잘 알려진 캐나다 몬트리올은 북위 48도쯤에 위치해 겨울이 되면 몹시 춥고 눈이 엄청나게 많이 내린다. 11월이 시작되면 눈이 내리기 시작해 4월, 심지어 5월까지도 계속된다. 2월이 되면 이곳 겨울은 최고조에 달한다. 평균기온이 영하 18도로 떨어지는데 강한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는 영하 50도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이렇게 춥고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봄에 심어놓은 꽃은 겨울을 지나면서 모두 죽고 만다. 몬트리올에서는 4월이면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대형쇼핑센터는 물론이고 조그마한 구멍가게까지 그동안 온실에서 잘 가꾸어진 꽃이 진열되고 이를 사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아파트 주민들은 화분에 꽃을 심어 베란다에 걸어놓고 일반주택 거주자는 뜰과 창가에 꽃을 심고 정성스럽게 물을 주면서 가꾼다. 5월 중순이면 튤립 장미 채송화 달리아 베고니아 등 노랗고 파랗고 빨간 꽃들이 정원에서 베란다에서 혹은 길거리에서 저마다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몬트리올이 있는 퀘벡주에는 프랑스계 캐나다인이 85%를 차지하고 이탈리아 그리스계 사람들이 많이 산다. 모두 꽃을 좋아하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또 친절하고 순수하다. 4년전만 해도 자동차 운전면허증에 이름만 적었으나 면허증을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이민자들이 많아지면서 사진을 붙이기 시작했다. 몬트리올의 송곳같은 추위 속에도 봄은 어김없이 돌아온다. 아무리 겨울이 춥고 눈이 많이 온다 해도 봄이 오면 사람들은 또다시 꽃을 심기 위해 가게마다 길게 줄을 설 것이다. 그리고 찬란한 꽃을 피워낼 것이다. 우리나라가 경제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 붙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비록 살기가 예년보다 어려워지더라도 마음의 여유만은 가졌으면 한다. 추운 겨울을 감내한 뒤 집집마다 꽃을 키우는 몬트리올 사람들처럼 참고 기다리는 지혜를 갖자.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이 더욱 피부에 와닿는다. 강희원(KOTRA 몬트리올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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