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97 MBC연기대상 수상 최진실

  • 입력 1998년 1월 4일 20시 29분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CF 카피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그 때가 89년이고 CF의 주인공은 최진실이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지 않는가. 그러나 10년이 다 됐어도 대중문화계는 서른이 된 최진실에게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을 부르고 있다. 구랍 30일 MBC연기대상 시상식에서도 마찬가지. 그는 가장 늦게 이름이 불리는 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인기상의 단골손님이었지만 TV에서 대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네가 1등이다’라는 말을 듣고 행사장에 가도 막판에 뒤집히는 경우도 있었어요. 사전연락이 없어 정말 놀랐습니다.” 또다시 최진실이 정상에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순간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영화 ‘고스트 맘마’를 시작으로 ‘베이비 세일’ ‘편지’,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 그리고 최근 ‘그대 그리고 나’까지. 평균작에 그친 ‘베이비…’를 빼고는 모두 완전히 ‘떠버렸다’. 뛰어난 상품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는 ‘귀여운 여인’이라는 포장지에 싸여있었다. “똑같은 연기 스타일에 화면을 압도하는 힘이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2,3년의 하향세 끝에 다시 시작된 그의 ‘제2의 전성기’는 이같은 ‘최진실론(論)’을 다시 쓰게 만들었다. ‘그대…’의 작가 김정수는 “비슷한 이미지이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만든다”고 최진실을 평했다. 최진실의 무기는 시청자를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아니라 경계심을 늦추게 하는 평범과 친근함의 미학이다. 카리스마형이 아니기 때문에 한순간 ‘권좌’에서 내려오지도 않는다. 9년을 보면 비슷하지만 작품마다 필요한 만큼 조금씩 변해왔다. 최진실은 “아침에 거울을 보면 나이 먹는 걸 부쩍 느껴 슬프다”면서 “연기자는 세월과 시청자를 상대로 한 경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중문화에서 과거 ‘최진실의 역할’은 이제 더 젊고 예쁜 신인 연기자들이 하지 않느냐”며 “내 일은 다른 선배의 자리를 찾아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상식 다음날. 그는 오전 7시반 포항행 비행기를 탔다. 경북 영덕에서 촬영을 마친 뒤 ‘짠순이’로 소문난 그는 대상 부상으로 받은 금 15돈쭝보다 몇배나 되는 축하턱을 냈다. 내친 김에 드라마 속에서처럼 그의 결혼은 언제쯤일까 물어봤다. “3년전 이승연 고소영 이소라와 스스로 자아도취에 빠진다는 ‘자뻑클럽’을 만들었습니다. 아직은 구체적 계획이 없어요.”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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