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타임스 ▼
한국의 금융위기를 구제하기 위해 미국인의 세금을 직접 투입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민으로서는 길고 고통스러운 상처를 향한 첫걸음에 불과하다.
워싱턴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조건으로 제시한 쓴 약은 부실기업과 은행을 쓰러지게 놓아두고 대량으로 발생할 실업도 각오하라는 것이었다. 이는 환상적으로 성장하던 아시아국가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지난주에 발표된 2차 지원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가 실업을 정책적으로 방지하겠다는 당초의 약속을 포기한 이후 가능했다. 미국 관리들은 이 방법이 멕시코처럼 효과를 기대하지만 보장은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만일 한국시장이 더 큰 혼란속으로 빠져 든다면 빌 클린턴 행정부는 아시아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을 거꾸로 사용한 셈이 된다.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은 크리스마스 전날까지만 해도 아시아국가들의 위기에 대해 정책적 충고만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갑자기 멕시코에 제공했던 것과 같은 외환평형기금을 한국에 제공키로 했다. 그는 미국이 좀 더 깊숙이 개입해야 할 상황이 올 가능성을 과소평가했던 것이다.
국방부와 국무부 관리들은 3만7천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의 경제혼란이 정치적 위험을 일으킬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이번 결정을 내린 회의는 어떻게 하면 미국 국민에게 안보와 경제문제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느냐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한 참석자는 말했다.
미국은 먼저 17억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루빈 장관은 기존의 지원책을 앞당겨 실시하는데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기본적으로 미국 납세자들의 돈을 경제 위기에 퍼붓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재무부는 민간은행들에 대해 대출금의 상환기간을 연장해 주도록 압력을 넣기로 했다. 이 정책은 한국의 위기를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 지출이 있다.
또 민간 투자가들에게 잘못된 투자에 대해 대가를 치를 줄 알아야 한다고 했던 루빈 장관의 기존 주장과도 상반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한국상황은 멕시코와 분명히 다르다. 멕시코는 정부가 빌린 돈이 문제가 됐지만 한국은 민간은행들이 빌린 돈이 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정책은 엄밀하게 말해 한국 민간은행의 부도를 막아 주자는 것이다.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한국정부를 보호하기보다 민간은행을 도와주는 것은 정치적으로 훨씬 설득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29일자,정리·뉴욕〓이규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