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벌의 계열신문 부당지원

  • 입력 1997년 12월 25일 20시 29분


현대 삼성 한화 롯데 등 4개 재벌그룹 39개 계열사가 그룹계열 신문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언론계의 공공연한 비밀이 처음으로 「적발」됐다는 사실이 한편 의아스럽기도 하지만 해당 재벌그룹이나 언론사들로서는 혹 「언론 개혁」의 모종의 신호가 아닐까 촉각을 곤두세울 만한 일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적한 재벌의 계열신문 밀어주기 수법은 다양하다. 계열신문에 광고를 내면서 다른 매체에 낼 때보다 광고료를 30∼100% 더 얹어주기도 하고, 다른 매체에는 90일 이상짜리 어음을 지급하면서 계열신문사에는 60일 이하짜리 어음을 지급하는 차별 행위를 했다. 또 계열 광고대행회사가 계열신문 광고를 대행할 때는 수수료를 턱없이 낮게 받아 사실상 광고료를 보태주는 편법을 썼다. 이번 조사에서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광고를 내주는 횟수 등에서도 차별적 행위가 있다는 것은 공지된 사실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런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계열회사와 거래하는 경우」를 부당 내부거래행위로 보고 즉각 시정토록 한 것은 늦었지만 바른 일이다. 언론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행위에서 이런 식의 부당 내부거래는 기업의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아 자유시장질서를 어지럽힌다. 특히 재벌그룹의 내부거래와 상호지급보증은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재벌의 병폐로 지적한 사항이다. 그렇지 않아도 재벌의 언론소유는 그동안 많은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재벌언론이 모기업을 방어하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됨으로써 공익에 바탕한 언론의 건강한 비판을 저해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런 사례가 없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적발이 이런 재벌과 언론의 부당한 유착을 시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바란다. 재벌과 언론은 어떤 경우에든 분리하는 쪽이 옳다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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