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은 사흘 냉철한 눈으로

  • 입력 1997년 12월 14일 19시 57분


제15대 대통령선거, 그 어려운 선택의 날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을 직접 비교할 수 있게 했던 TV 합동토론회도 어제 저녁으로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몇 차례의 연설을 포함한 각 후보진영의 일방적 선전과 조직활동이다. 이것이 막판 선거전을 매우 혼탁하게 만들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마당에 후회없는 선택을 하려면 유권자가 깨어 있어야 한다. 그동안 본란이 거듭 지적했음에도 이번 선거전은 상호비방과 흑색선전으로 얼룩졌다. 특히 종반에 접어들면서부터는 하루도 빠짐없이 폭로와 비방이 난무했다. 남은 사흘 동안에는 더욱 심해질 공산이 크다. 선거판세가 박빙인데다 상대진영이 해명하거나 만회할 시간적 여유가 모자라기 때문에 무슨 해괴한 저질폭로와 흑색선전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지금 우리는 6.25 이후 최악의 국난을 맞았다. 새 대통령은 국난극복을 위해 국민에게 피와 땀과 눈물의 동참을 호소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의 상호비방에 따라 후보들은 너나없이 상처를 입었고 반칙의 공범자가 됐다. 이런 흠집투성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해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며 국민이 그런 요구에 호응할 것인가. 상대헐뜯기 선거운동은 대선 이후를 위해서도 해롭기 그지없다. 그런데도 각 후보진영은 이런 방법으로 이득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따라서 그들이 스스로 각성하기를 기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열쇠는 유권자가 쥐고 있다. 다행히 유권자도 많이 성숙했다. 중앙선관위 조사에 따르면 비방과 흑색선전이 지지후보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거나 비방하는 정당이나 후보는 선택하지 않겠다는 국민이 84.8%나 된다. 정치권이 비방과 폭로를 계속해도 유권자는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냉철한 눈으로 가려야 한다. 더 비열한 선거운동을 했다고 판단되는 후보를 거부해 매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에는 후회할 겨를도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