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전주역 앞의 우체국에 들렀다. 큰 규모에 시설도 잘 갖춰져 인상적이었다. 1층 한편에 「정보문화공간」이라는 간판이 붙은 부스까지 마련해 놓았기에 둘러보려고 발을 들여놓은 순간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응접실용 탁자 소파 두세트와 커피자판기가 공간을 거의 차지했고 한쪽으로 어둠침침한 위치에 책상 두개가 놓여 있었다. 「편지쓰는 곳」이라는 표지가 붙은 책상과 통신용단말기 한대가 덩그러니 놓인 책상은 먼지투성이었다. 의자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잠시 두리번거리자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던 직원 중 한명이 『뭐 찾으러 왔어요』 하며 퉁명스레 물었다. 안내간판을 보고 잠시 들렀다고 대답하자 별다른 설명도 없이 다시 자기네들끼리 잡담을 시작했다. 「궁금한 점은 가까운 직원에게 문의하십시오」라는 안내판은 그저 장식용이었다.
고객을 위한 공간이 얼렁뚱땅 직원용 흡연실로 뒤바뀐 모습을 보면서 용두사미식 고객서비스 시책이라는 생각에 씁쓸할 뿐이었다.
박동주(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1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