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MF시대의 거품공약

  • 입력 1997년 12월 5일 20시 23분


국가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의 「법정관리」에 들어갔어도 대통령후보들은 자기가 정권을 잡으면 세상이 곧 좋아질 것처럼 장밋빛 미래만 약속하고 있다. 참담한 경제현실과 국민심정을 알고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표를 얻기 위해 국가적 위기마저 호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주요 3후보는 각각 1백50개, 1백70개, 1백개 공약을 발표했으나 IMF시대에 안맞는 것이 많다. 이 마당에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나 「세계5강 진입」이 실현 가능하겠는가. 세금 물가 금리가 모조리 오르게 돼 있는데도 이것을 모두 내리겠다는 말을 믿으라는 것인가. 있는 일자리도 없어지는데 새로운 일자리 3백만개를 만들어내겠다는 장담이 의미를 갖겠는가. 금융기관들이 국제결제은행(BIS)의 건전성 기준을 맞추느라 필사적인 터에 기업차입금 상환을 연장하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초긴축 예산이 불가피한데도 농어촌 구조개선에 1백조원을 투입할 수 있는가. 지도자의 허세와 무지와 부정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우리는 아프게 깨닫고 있다. 그런데도 대선후보들이 또다시 거품공약을 되풀이한다면 이 나라는 아무 것도 나아질 수 없다. 더구나 후보들은 IMF와의 합의를 이행하겠다고 각서까지 쓴 처지가 아닌가. 늦었지만 각 정당은 수정된 공약을 내놓겠다고 한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책임지지 못할 꿈을 국민에게 팔아서는 안된다. 허황한 약속으로 국민을 속이려 해서도 안된다. 현실을 바로 보고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 그리고 고통의 분담을 정직하게 호소해야 옳다. 무슨 고통을 왜, 어떻게 감내해야 하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다음 정부를 맡겠다는 사람들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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