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배일도/노사관계 이젠 달라져야 한다

  • 입력 1997년 12월 1일 08시 11분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한보 기아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부도를 당하고 급기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자금을 받게 됐다. 위기를 넘어서 경제주권마저 상실한 사실상의 「경제신탁통치」 상태가 되는 셈이다.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가장 중요한 원인은 세계사적인 대변화에 부응하는 국가발전전략과 사회운영원리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그 근저에는 전근대적인 노사관계가 자리잡고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세계는 과학기술의 혁명적 발달과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출범으로 산업구조 인구구성 사회관계 국제관계 등이 획기적으로 바뀌고 인간의 욕구와 희망도 급속하게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산업문명시대와 일국경제시대에서 정보문명시대와 세계경제시대가 되고 있다. 이것은 새로운 인식과 방안이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파업과 구속사태까지 치달은 한양대병원 노사문제를 보면 병원 경영진과 종사자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가 아직도 구시대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공멸의 길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앞선다. 약속불이행 농성 단식 파업 연행 구속 등 지난 시기에 있어 왔던 관행을 꼭 그대로 반복하고 있으니 이런 노사관계가 계속되는 한 현재의 경제난국을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아 크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가 여기까지 이르게 된데는 약속한 문서가 정관에 위배되기 때문에 복직시킬 수 없다는 한양대병원 경영진만 나무랄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 모두가 시대변화에 대한 깊은 통찰에 기초한 새로운 자세를 가지지 못한데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한마디로 한양대병원 노사문제는 노(勞)사(使)정(政) 모두가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인식과 방안을 강구하지 못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할 것이다. 정보문명시대에는 경쟁력이 확보되어야 생존할 수 있고 경쟁력은 때에 맞는 구조조정과 경영혁신, 정부관계자의 책임의식, 그리고 노동자의 자발성과 창의성이 확보될 때 강화될 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노동자의 자발적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것이 가능하려면 노사간 신뢰가 확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신뢰는 약속이행을 전제한다. 우리가 맞고 있는 총체적 위기를 상대방에 대한 비판과 책임추궁으로 해결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오늘의 세계적인 대변화는 문명의 전환임을 통찰하고 이에 부응하는 새로운 종합적인 구상과 실천을 하도록 노사정 모두가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배일도(신문명정책연구원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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