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아내 앞에서 더이상 고개숙이지 않겠다」.
최근 미국에서 개발된 먹는 발기치료약이 임상시험결과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밤이 두려운」 남성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이 약이 시판될 경우 중증 이하 발기불능환자는 물론 정력감퇴를 걱정하는 일부 남성들까지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성(性)의학에서 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화제의 치료약은 미국 화이자제약이 내년 중 시판 예정인 실데나필(상품명 비아그라). 미국의 저명한 성의학자인 캘리포니아대(샌프란시스코) 탐 루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남성들에게 이 약은 마치 10대로 되돌아간 것같은 느낌을 줄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서울성의학클리닉 설현욱원장(02―511―1101)은 『미국의 일부 의사들 사이에서는 이 약이 여성불감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앞으로 수요가 엄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예상 때문에 미국 화이자제약의 주가는 올해 74%나 뛰어올랐다.
비아그라는 서구에서 이미 인체에 대한 임상시험을 끝마쳤고 우리나라에서는 내년 초 임상시험에 들어가 99년 이후 시판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임상시험 결과 이 약은 10명중 4∼8명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탐 루 교수는 발기부전환자 4백여명에게 시험한 결과 25㎖에서 59%, 50㎖에서 71%, 1백㎖에서 79%의 환자에게 효과가 있었다고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이 약은 성관계를 갖기 1시간 전에 복용한다.
부작용은 두통(2∼11%) 소화불량(0∼8.5%) 혈관확장에 의한 얼굴 화끈거림(0∼8.5%) 설사(0∼5%) 등.
이 약은 음경 해면체의 평활근 이완을 촉진해 발기를 유발한다. 성적 자극이 있으면 쉽게 발기가 이루어지고 사정 후에도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당뇨나 동맥경화 등으로 심한 발기부전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는 40∼50%의 효과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중증 이상의 발기부전에는 현재 널리 쓰이는 음경주사제 등이 효과적이다.
먹는 발기치료제는 그동안 몇가지가 사용돼왔다. 교감신경차단제인 요힘빈은 약 20년전부터 쓰이다 신체적 원인에 의한 발기부전에는 효과가 없고 부작용도 커 현재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항우울제인 트라조돈도 10년 전부터 사용되고 있으나 효과가 낮은 편.
비아그라 외에 앞으로 나올 먹는 발기치료제는 두가지. 발기와 관련된 뇌 부위를 자극하는 모르핀 유도체(상품명 스폰테인)는 현재 제약사가 자체 임상실험중이며 증세가 약한 환자에게 70%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 먹는 펜톨라민(상품명 바소막스)제제는 발기를 위축시키는 아드레날린을 차단함으로써 발기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효과는 40% 정도.
서울 영동세브란스병원 최형기교수(비뇨기과·02―3497―3471)는 『먹는 치료제들에 대한 자료를 비교해보면 현재로선 비아그라가 두 제품보다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비아그라는 성기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고 전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아직 모르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또 약이 자칫 무분별하게 판매될 경우 남용과 오용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서울대병원 백재승교수(비뇨기과·02―760―2422)는 『이 약이 쾌락을 위한 도구로 쓰이거나 성범죄와 연결될 경우 성문화가 크게 왜곡될 수 있다』며 『약제의 유통질서를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