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10년만에 최저수준으로 폭락하며 증시가 침몰하고 금융권의 자금중개기능은 마비되었다. 공금리가 치솟고 사채마저 구하기가 힘들어 기업들은 부도 막기에 피를 말린다. 경제가 영영 주저앉을 것 같은 절박한 상황이다. 금융과 산업구조조정으로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옥석 구분 없이 기업이 다 멍들고 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탄식이 도처에서 터져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면서 예상은 했지만 파장이 상상 밖으로 심각하다. 정부로서는 재정 통화의 긴축정책을 펼 수밖에 없어 자금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은 대출을 꺼리고 내로라하는 대기업까지 경쟁적으로 자금확보에 나서 가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다 증시가 무너지고 회사채 거래도 중단돼 직간접금융조달 기회가 막힌 기업들은 설 땅이 없다. 금융은 공황 직전이다.
어차피 수술대에 올려진 한국경제가 감내해야 할 고통이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가면서 회생책을 찾아야 옳다. 경쟁력이 약한 기업이 쓰러지는 것은 불가피하나 건실한 기업들이 도산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과 자금경색 현상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 일이 급하다. 정책당국은 중장기적인 구조조정과 동시에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해소, 파장을 최소화해야 한다.
IMF와의 협상을 가급적 빨리 끝내고 정책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 거시경제정책에서부터 재정 통화 산업구조조정 등 경제정책 전반의 운용방향이 나와야 이에 맞춰 기업과 금융권이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기준과 방향 스케줄을 명확히 밝혀야 자금시장 혼란을 막을 수 있다. 경제가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혼미상태로 빠져드는 요인중의 하나인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공황상태도 하루빨리 진정시켜야 한다. 이는 정부가 나서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