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구제금융」나라,TV는 모범보여라

  • 입력 1997년 11월 24일 19시 42분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자는 시민들의 충정이 눈물겹다. 평생 처음인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취소하는가 하면 서랍 속에 간직해 두었던 외화동전을 모아 은행으로 가져가는 사람도 있다. 불필요한 외화낭비를 자제하자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고 외국에 살고 있는 교포들까지 본국으로 달러를 송금하는 운동에 나섰다. 그런데도 한쪽에서는 국가위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흥청거리는 「무풍지대」도 많이 눈에 띈다 ▼시청자들에게 해외여행을 경품으로 내걸고 있는 일부 TV 오락프로도 그 중 하나다. 기업협찬을 빙자한 TV의 과소비 조장 폐해는 전부터 여론의 질책을 받아온 터이지만 나라가 부도위기에 몰리는 상황에서도 이처럼 무신경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한마디로 볼썽사납다. TV가 사치성 해외여행을 부추기는 것은 이뿐 아니다. 연예인을 동원한 해외풍물 프로그램을 방송사들이 다투어 방영하고 있는 것도 외환위기 이전과 변함이 없다 ▼지난 한 해 우리 국민이 해외관광을 하면서 지출한 돈은 무려 69억달러나 된다.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요청할 것으로 알려진 구제금융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돈이다. 이에 따라 여행수지 적자도 지난해 26억달러에 달했으며 올해는 지난달로 이미 지난해 적자폭을 넘어선 상태다. 구태여 통계를 들추지 않더라도 무분별한 해외여행이 외환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경제난국을 극복하는 방법은 간단치 않다. 다만 국민이 자기 자리에서 나라살림을 돕는 길은 지출을 삼가면서 근검절약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는 적지 않은 고통이 뒤따른다. 국민이 그 고통을 얼마나 잘 참아내느냐가 경제회생의 관건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국민의 일치된 마음가짐이 필수적이다. 이 시점에서 TV는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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