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금동근/공권력에 짓밟힌 인권

  • 입력 1997년 11월 24일 19시 42분


23일 낮 12시반경 서울 서초경찰서. 20대 초반의 여성이 초조한 표정으로 추위에 떨며 계단에 앉아 있었다. 미용사 자격증을 따기위해 5월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 온 김모씨(24·여)는 이날 오전 10시경 집으로 들이닥친 경찰관들에게 다짜고짜로 연행됐다. 이날 검거된 택시 떼강도 일당의 아지트인 서울 서초구 G빌라의 다른 층에 살고 있었던데다 범인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용에 김씨의 전화번호가 포함돼 있어 공범으로 몰린 것. 『경찰이라며 문을 열라고 하길래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줬는데 그렇게까지 사람을 심하게 다룰 줄은 몰랐어요』 경찰은 문이 열리자마자 김씨를 거세게 몰아붙인 뒤 곧바로 김씨의 손에 수갑을 채워 창틀에 매달았다. 『또다시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지만 종이 한 장을 흔들어보일 뿐이었어요』 김씨는 한 손이 묶인 채 경찰이 방안을 온통 쑥대밭으로 만드는 동안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왜 이러느냐』는 물음에 경찰은 『를 아느냐』고 다그치기만 했다. 『용변을 보고 싶다고 하니까 화장실 문을 반쯤 열어놓고 보라고 하더군요. 경찰서로 오기 위해 옷을 갈아입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김씨는 이날 오후 3시경 조사를 받고 돌아갈 때까지 경찰서 앞마당에서 의경의 감시를 받으며 꼼짝 못하고 앉아있어야 했다. 수갑을 찼던 손목이 계속 욱신거렸고 방안에서 소동이 벌어질 때 여기저기 부닥친 무릎이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무엇보다 왼손 가운데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눈 앞에 닥친 미용사 자격증 모의시험을 치를 걱정이 태산같다. 경찰은 『휴대전화 통화내용 등에 의심할 소지가 있어 연행을 했지만 공범 혐의가 없어 돌려보냈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금동근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