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공과금 납부일과 카드대금 결제마감일이 겹치면 은행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게 마련이다. 한번은 아기를 업고 온 아주머니가 대기번호표를 뽑아들고는 울며 보채는 아이를 달래가며 30분 넘게 기다리다가 겨우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광경을 보았다. 한쪽에서는 할머니 한분이 앉을 자리도 없이 서성이다가 가는 모습도 보였다. 노인 임산부 장애인 아기엄마 같은 분들은 번호표에 관계없이 은행일을 보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대기번호표란 은행과 고객이 서로 편하자고 만든 것이다. 몇분 걸리지도 않는 공과금 납부 때문에 이런 분들을 30여분씩 기다리게 한다는 건 몰인정한 처사로 우리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 대기없는 1순위 처리 대상자로 분류해 도착 즉시 창구로 가서 일을 볼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안내석에 「노약자 임산부 장애인 아기엄마는 번호표를 뽑지 마시고 창구로 그냥 오세요」라고 한번 써붙여 놓아 보자. 우리 사회가 밝아졌다는 느낌도 주고 당사자들은 얼마나 편리하고 고맙겠는가. 이것을 새치기라거나 불공평하다고 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우지영(서울 도봉구 창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