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MZ를 세계 유산으로

  • 입력 1997년 11월 15일 20시 29분


사람 키 높이로 자란 수풀 속에서 곰 산양 사향노루 고라니 살쾡이 너구리가 뛰어다닌다. 재두루미 쇠가마우지 저어새 등 세계적인 희귀조들은 개펄을 돌아다니며 한가롭게 먹이를 찾고 있다. 국토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길이 2백48㎞ 폭4㎞의 비무장지대(DMZ)는 지난 40여년 동안 사람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면서 희귀 동식물의 낙원으로 바뀌었다. 환경부가 이 비무장지대를 세계자연유산(遺産)으로 유네스코에 등록신청키로 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민통선 일대에 흩어져 있는 철새 도래지 철원평야, 국내 유일의 고층 습원인 용늪, 최대의 열목어 서식지 두타연, 금강산과 설악산을 잇는 향로봉 산맥, 서해안 개펄지역 등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폭 4㎞의 비무장지대는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 동식물들이 몰려와 피난살이를 하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다. 세계 1백7곳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돼 있으나 한국은 삼천리 금수강산을 자랑하면서도 아직 한 곳도 등록하지 못했다. 한국이 지난달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이사국으로 선출돼 남북한이 협력한다면 비무장지대는 물론 금강산까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민족사의 비극이 서린 비무장지대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면 자연과 평화를 상징하는 국제자연공원으로 면목을 바꾸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아쉬운 것은 최근 민통선 지역에 투기꾼들의 발길이 닿기 시작하면서 개발 움직임이 일고 있는 점이다. 국회에 의원입법 형태로 제출돼 있는 접경지역 지원법은 개발의 이름으로 천혜의 자연자원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세계문화유산 등록신청을 계기로 국제적인 자연공원을 훼손하는 어떤 개발행위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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