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핀란드]홍순용/「문화유산 만들기」한창

  • 입력 1997년 11월 12일 08시 58분


핀란드 하면 사우나, 삼림과 호수, 산타클로스의 고향 등이 우선 떠오른다. 서양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시벨리우스 정도일 것이다. 핀란드는 지리적으로 중앙유럽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역사적으로는 왕국을 형성하지 못하고 여러 부족지역으로 나누어져 있다가 7백년이상 스웨덴 및 러시아 사이에서 고난과 핍박을 받았다. 이때문에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빛나는 전통문화가 빈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세를 위해 문화를 만들고 가꾸어가는 이들의 모습은 정말 놀랍다. 대표적인 예가 「시벨리우스 만들기」다. 핀란드가 아끼고 사랑하는 이 음악가는 낭만파 음악이 유럽에서 끝나가는 무렵에 태어났다. 국민파 음악의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는 그의 음악은 다른 악성들과 비교해 격이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시벨리우스를 핀란드인들은 국민적인 영웅으로 되살려내고 있다. 그가 태어난 해멘린나와 생의 대부분을 보내면서 많은 작품을 썼던 아이놀라의 집에는 그의 유물이 잘 보존되어 있어 아직도 그가 살아있는 듯한 분위기가 되살아난다. 자작나무가 우거진 시골 변두리의 그의 집에서 핀란드의 짙은 회색 하늘과 차갑고 을씨년스런 비바람을 맞고 있노라면 그의 음악을 좀더 이해하고 좋아하게 될 것이다. 핀란드 제2의 도시인 투르쿠에는 시벨리우스박물관이, 헬싱키에는 시벨리우스공원도 있다. 이 공원에는 금속으로 그의 얼굴을 만든 조형물과 파이프오르간이 있는데 헬싱키시는 이 조형물을 설치하고 시벨리우스공원이란 이름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헬싱키에서 1백㎞ 떨어진 라흐티에는 교향악단이 잊혀지고 잘 연주되지 않는 시벨리우스의 작품을 새롭게 발굴, 연주하여 세계 음악계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 핀란드의 문화유산 만들기는 시벨리우스의 경우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느낄 수 있다. 여름마다 아주 작은 도시에서 열리는 쿠흐모음악제에는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몰려들고 많은 사람들이 북적댄다. 짧은 여름 한철을 제외하곤 눈과 어둠에 덮여있는 북쪽 도시 로바니에미는 산타클로스를 이용, 관광지로 둔갑했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눈에는 보잘 것 없어 보이나 스스로가 문화유산이 되고자 노력하는 핀란드인들을 보면서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홍순용(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헬싱키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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