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19〉
기절하여 쓰러진 여주인에게 문지기 여자는 물을 뿌려 정신을 차리게 하였다. 그리고 찢어진 옷을 벗기고 아름다운 새옷으로 갈아입혔다. 방문객들은 이런 광경을 보고 마음이 아팠지만 통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오, 나의 동생아. 제발 나에게로 와서 내 대신 이 일을 해 다오』
정신을 차린 여주인은 두 여자를 향하여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다른 한 여자가 말했다.
『그렇게 하지요』
이렇게 말한 여자는 류트를 집어들더니 더없이 애수에 찬 곡조를 연주하면서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
이 가슴 찢는 고통은 언제까지 계속될 거나?
흘러내리는 이 눈물로도 그대는 흡족하지 않은가?
야속하여라, 이 가엾은 여자를 고독 속에 버려둔 그대는.
여자의 그 슬픈 노래는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이 길었다. 그 긴 노래가 끝나자 문지기 여자는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견딜 수 없는 듯 옷을 움켜쥔 채 쓰러지고 말았다. 그것을 보고 세 사람의 탁발승이 저희들끼리 말했다.
『아무래도 이 집에 잘못 들어온 것 같아. 차라리 교외의 언덕위에서 하룻밤을 자는 게 나았을 걸 그랬어. 이 집에 들어온 덕택에 저 비통한 광경을 보고 마음이 산란해졌군!』
탁발승들이 하는 말을 엿들은 교주는 의아해하며 그들에게 물었다.
『당신네들은 이집 식구들이 아닌가요?』
교주가 이렇게 묻자 탁발승들은 말했다.
『천만에요. 실은 우리도 조금 전에 이 집에 왔습니다. 하룻밤 잠자리를 빌릴까 하고요. 당신네들이나 마찬가지로 이 집에는 난생처음이랍니다. 우리는 오늘 밤 이 도시에 처음 도착했으니까요』
이 말을 들은 교주는 다시 물었다.
『그럼 당신네들 곁에 앉은 저 젊은이는 이 집 여자들의 사연을 알고 있습니까?』
이렇게 말한 교주는 짐꾼쪽을 가리켜보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짐꾼이 말했다.
『알라께 맹세코, 나 역시 당신네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들과 달리 나는 바그다드 사람이기는 합니다만, 이집 문턱을 넘어 들어와 본 적은 여태 한번도 없었습니다. 오늘밤 저 여자들과 자리를 함께 하게 된 것은 얄궂은 인연이었을 뿐입니다』
이 말을 들은 교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당신이야말로 이집 식구인줄로 알았더니, 알고보니 당신도 우리와 같은 방문객에 지나지 않는군요』
이렇게 말하고 난 교주는 세 사람의 탁발승과 짐꾼을 향해 제의했다.
『여러분, 나는 저 여자들의 사연을 알고 싶은 호기심으로 미칠 것만 같습니다. 우리들 방문객은 남자가 일곱인데 상대는 여자가 셋뿐이오. 게다가 이 집에는 여자들을 도와줄 다른 사람들도 있는 것 같지 않소. 그러니 저 여자들의 사정을 물어보는 것이 어떻겠소? 만약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힘으로라도 물어볼 수 있을 거요』
교주가 이렇게 제의하자 일동은 찬동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