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혼잡료 징수와 서울시의 진퇴양난

  • 입력 1997년 11월 10일 20시 02분


▼서울의 혼잡통행료와 비슷한 「도심통행료」를 받고 있는 도시는 싱가포르 외에도 노르웨이의 오슬로 베르겐 토론트하임, 미국 뉴욕의 맨해튼 등이 있다. 도시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나름대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싱가포르의 경우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그렇지만 혼잡통행료 징수가 모든 도시에서 성공한 것은 아니다. 홍콩은 지난 83년부터 2년간 혼잡통행료를 징수하다 중단했다. ▼싱가포르에서 통행료 도입이 성공한 것은 철저한 사전준비와 적절한 보완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자가용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우회도로 확보 등을 위한 노력도 소홀하지 않았다. 반면 홍콩은 스마트카드와 비슷한 자동 차량인식시스템에 의한 전자식 징수방식까지 채택했으면서도 제도 자체에 대한 홍보부족 등으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서울 남산 1,3호터널 혼잡통행료 징수가 오늘로 만 1년이 되었다. 서울시는 두 터널을 지나는 승용차 수가 줄고 통행속도도 빨라졌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며 성공적이란 자평을 내놓았다. 그러나 시민들은 1,3호터널 체감속도는 여전하면서 주변 교통축의 혼잡만 가중시켰다고 주장한다. 강남쪽 시민들은 특정지역 주민이 혼잡통행료 징수의 실험대상이냐는 반발까지 하고 있다. ▼서울시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혼잡통행료에 반대하는 만만치 않은 여론에다 버스개선대책의 표류까지 겹쳐 확대실시는 엄두를 못내고 있다. 그렇다고 전면 폐지쪽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서울시 전체의 교통체계 및 시민불편의 최소화 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시민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뒤 최선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 싱가포르의 성공과 홍콩의 실패 사례는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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