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가지가지 「…리스트」

  • 입력 1997년 11월 7일 20시 09분


▼「리스트」(명단)가 겁나는 세상이다. 한보사건의 정태수(鄭泰守)리스트 한장으로 잘 나가던 실세 정치인들이 줄줄이 서울구치소로 갔다. 김현철(金賢哲)리스트라는 것도 있었다. 6.27지방선거와 4.11총선당시 김현철씨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정치인 명단이다.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황장엽(黃長燁)리스트도 공포의 대상이다. 안기부도 일부 수사착수를 시인한 바 있다 ▼연쇄 부도사태가 이어지면서 금융가에는 「부도 리스트」라는 것이 돈다. 이 리스트에 끼인 기업은 제3금융권에서도 돈을 구하기가 어렵다. 일본에서는 노무라 증권이 계좌를 특별관리해준 정치인 관료 리스트가 나와 큰 파문이 일었다. 이렇게 나쁜 리스트만 있는 것도 아니다. 아우슈비츠 가스실로 끌려갈 폴란드 유태인들에게 「쉰들러 리스트」는 생존을 보장하는 구원의 명단이었다 ▼의정부지원 관내 한 변호사의 집에서 압수된 리스트때문에 이 도시의 법조계와 경찰이 발칵 뒤집혔다. 이 사건은 지방 도시에서 터져 크게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나 온갖 행태의 법조 비리를 망라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변호사가 경찰 검찰 법원공무원들에게 사례비를 제공한 내용이 적힌 장부가 수사과정에서 압수됐다. 이 장부에는 의정부 지청 지원에 근무했던 몇몇 판검사들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고 한다 ▼변호사와 판검사들의 유착을 알려주는 구체적인 리스트가 나오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검찰로서도 리스트에서 동료 판검사들의 이름을 발견하고 고민스럽겠지만 이미 구속된 경찰 법원 검찰 직원과의 형평을 고려해서라도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같다. 「리스트」 한장으로 숱한 사람들이 다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누가 리스트를 작성하는지 알수 없는 노릇이니 평소 몸가짐을 가지런히하는 도리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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