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새로쓰는 백제사」

  • 입력 1997년 11월 6일 08시 21분


「새로쓰는 백제사」<이도학 지음/푸른역사 펴냄> 한국 고대 삼국중 백제만큼 연구가 미진한 나라가 없다. 고구려가 한때 요동까지 진출하는 등 동아시아의 최강국으로 군림했고 신라도 삼국 통일로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에 비해 백제는 의자왕의 실정으로 허무하게 무너진 나라로 인식돼 왔을 뿐. 연세대와 한양대 사학과에서 강의하는 이도학씨가 쓴 「새로 쓰는 백제사」(푸른 역사)에는 이런 인식을 크게 뒤집는 내용이 담겨있다. 『백제는 멸망당시 인구가 76만호(약4백만명)로 고구려(69만호)보다 더 많았습니다. 당시 인구가 경제 군사력을 결정하는 강국으로서의 조건이었다고 할 때 백제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 특별히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대학졸업 논문부터 시작해 50여편의 백제관련 논문을 집필한 이씨. 「자치통감」 「송서」 등 중국의 역사서에서 백제가 만주지역에 웅자(雄姿)를 드러냈다는 기록을 발견했다. 그후 20여년간을 미친듯이 백제 연구에 매달렸다. 자료수집을 위해 만주 송화강 유역부터 일본 구석구석을 찾아다녔다. 『백제는 고구려의 유민이 세운 나라가 아니라 고구려와 마찬가지로 부여에서 갈라져 나온 나라입니다. 이중 한 무리는 1세기경 한강유역으로 내려가 정착했고 또 한 무리는 만주에 남아 모용선비 등 대륙인들과 각축을 벌였습니다』 4세기 중엽부터 6세기 중엽까지 고구려 고국원왕과 백제 개로왕이 전사하는 등 고구려와 백제가 치열하게 대립한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두 나라는 누가 부여의 시조인 동명왕의 제사를 지내야 하는지, 적자(嫡子)가 누구인지를 놓고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는 해석. 『백제는 스스로 황제국가이며 세계의 중심이라고 자부했습니다. 이같은 기백이 인도 필리핀 캄보디아 일본 등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교역을 주도, 「동방의 로마제국」이 되는데 기본적인 힘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매서운 북풍속에 험한 산세를 내달리며 대륙의 수많은 열강들과 대결하던 백제인. 남쪽으로 내려온 뒤 바다를 항해하며 만주대륙에 대한 상실감을 자위했던 것일까. 『백제인들의 삶의 자취를 계속찾는 작업,이는우리의 역사무대와 역사인식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커다란 의미를가지는것입니다』 저자는 경북 문경태생으로 현재 경기도 문화재 감정위원을 맡고 있다. 〈한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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