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친구들은 내가 필시 전생에 네팔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지난번 한국을 찾은 네팔 화가 두 분과 함께 광주비엔날레 구경을 갔었다.
택시기사가 나더러 『한국말을 참 잘하시는데요』하는 게 아닌가.
내가 「한국사람」이라고 해도 기사는 막무가내다.
『운전기사 노릇을 30년도 더 했는데…. 제눈은 못속입니다』
내가 네팔을 자주 드나들어서 그런지 원래 생긴 게 그래서 그런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듣기에 싫지 않다.
내가 네팔을 좋아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우선 세계의 지붕이요 신의 집이라 하는 히말이 있다. 종교인이 그들의 종교적 성지를 찾듯 등반에 심취했던 나에게 히말은 나의 성지이기도 했다.
두번째는 네팔인들이 지니고 있는 원형질같은 정신세계다.
흔히 네팔은 산만 있지 문화는 없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 산으로 인해 네팔의 풍성한 문화가 존재한다.
많은 의사들이 의료기술을 배우기 위해 선진국을 찾는데 나는 정신과 의사로서 정신의 선진국인 네팔을 꼭 찾아야할 성지라고 강조한다.
이런 연유에서일까. 네팔을 다녀온뒤면 내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고 한다. 내가 네팔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2년 한국산악회 마칼루학술원정대 학술요원으로 참여하면서부터다. 나는 그때 네팔 고산족인 셰르파의 사회문화적인 생활을 연구하면서 네팔 방방곡곡을 다니며 약 5개월간 그들과 함께 먹고 자고 했다.
그러면서 두번째 비자만기일을 꽉 채우고 귀국할 정도로 네팔에 빠져들었다.
당시 나는 에베레스트를 처음으로 올랐던 에드먼드 힐러리경과 우연히 만났고 그가 세운 네팔의 학교와 병원을 둘러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나도 네팔을 위해 할 일이 없을까 생각하던차에 이듬해부터 해마다 한두번씩 네팔을 찾았다. 그뒤 인연이 닿아 지금의 네팔 이화의료봉사단의 의료봉사로 연결되었다. 네팔에 갈 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한국에서 얼마되지 않은 의약품을 가지고가서 그들을 돕고 오지만 나는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을 되가져온다.
바로 네팔인들의 성숙한 마음과 우리들을 통찰케하는 히말의 넉넉함, 그리고 진한 원형질 문화다.
되로 주고 말로 받아오는 것이다. 네팔은 넉넉한 정신의 나라다.
이근후(이화여대의대 정신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