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LA]김연숙/과외열풍 확산

  • 입력 1997년 11월 4일 08시 28분


한국의 과외열풍 못지않게 미국에서도 한인 학부형들의 교육열이 과열되고 있다. 지역마다 과외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개인 가정교사를 집으로 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인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이 특별히 한인학부형들을 초청, 지나친 지식위주 과외공부를 지양해주기를 권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학교내의 상이란 상은 모두 한인학생들이 휩쓸고 있다. 수학경시대회니 스펠링대회 등도 역시 공부가 최고라 생각하는 우리 한인학생들 차지다. 한인학생들이 모두 공부를 잘해 경쟁대상이 되다보니 아예 한국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사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혼자 조기유학온 일부 학생들은 방과후 시간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삼삼오오 떼를 지어 방황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에서라면 방과후 과외학습이 좋게 평가될 수도 있겠다. 문제는 너무 과열된다는 점이다. 따지고 보면 한인 학부형뿐 아니라 중국인 학부형들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교율열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만큼 뜨거운 열풍은 아니다. 그들은 한국 사람들이 자신의 하루하루를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미국 학부형들은 좋은 학교를 평가할 때 학교내 교육프로그램 내용, 방과후 프로그램 여부, 조기학습이나 예체능 수업 등에 관심을 두지만 요즘 들어 서서히 과외학습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수학이나 영어보다 운동 무용 음악 미술 등 취미나 특기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물론 한인 학부모가 이런 특기활동을 시키지 않을 리 없다. 입시경쟁을 피해 미국으로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는 부모가 많은데 이렇게 과외를 많이 시키고 학원을 열심히 보낸다면 본국의 교육풍토와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김연숙(미국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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