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스크 포스(Task Force)」 「키 클럽(Key Club)」 「엠시 클럽(MC Club)」 「세이프 라이드(Safe Ride)」….
미국 뉴저지주의 테너플라이 고교 학생들이 만든 자원봉사단 이름들이다.
「태스크 포스」 회원들은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때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파티를 열어줘 따뜻한 명절을 보내게 한다.
「키 클럽」은 동네 노인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말벗이 되어 준다.
「엠시 클럽」은 의료봉사를 하는 클럽으로 회원들은 7개월간의 응급조치 훈련을 받은 뒤 자격증을 따 병원이나 양로원에서 의사를 돕는다. 주로 의대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몰리며 이들은 학교에서 유일하게 삐삐를 차고 다니는 특권을 누린다. 삐삐가 울리면 수업중이라도 뛰어나갈 수 있다.
「세이프 라이드」는 술취한 사람이 운전을 하지 않도록 무료로 집까지 태워다 주는 활동을 한다. 이들이 출동하는 날은 술을 많이 마시는 금요일 오후 10시부터 토요일 오전 2시까지. 회원들은 동아리실 전화기옆에 대기하고 있다가 연락이 오면 자기 차나 부모가 빌려준 차로 술취한 승객을 태워주러 나간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한 차에 회원 2명이 탄다.
이 학교 12학년(고교 졸업반에 해당)인 바버라 바이탈리(17)는 「스위트 식스틴(16세)」이 됐을 때인 지난해 운전면허를 따 부모가 사준 검정색 BMW승용차로 회원이 됐다.
바이탈리는 『우리 회원들이 테너플라이의 음주운전 사고율을 떨어뜨리는 일등공신이다』고 자랑했다.
구미(歐美)의 학생들에게 자원봉사 활동은 밥먹고 자는 일 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다.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을 사회에 되돌려 준다」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원봉사 의무를 면제받지 않는다.
캐나다 오타와의 엘름우드 여고 졸업반인 테냐 메그니스(17)는 학창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켈러」 동아리 활동을 꼽는다. 시청각 언어장애를 극복하고 성공한 헬렌 켈러의 이름을 딴 동아리로 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매년 5월에는 「개의 날」을 정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기금을 모아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개를 사서 전달한다. 올해는 천으로 눈을 가리고 거리를 걸으며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을 체험하는 행사와 강아지 쇼를 열어 8백캐나다달러(약 50만원)를 모았다.
『자원봉사는 남을 위한 일만은 아니에요. 도움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뿌듯함을 느끼게 되거든요』
학생들의 봉사정신은 때로 국경을 넘는다.
영국 런던의 입스톡 스쿨은 연간 수업료가 2천파운드(약 3백만원)를 넘는 부유층 자녀들의 사립학교. 이 학교에서는 지금 「벽돌 사기」가 유행이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고교 학급당 학생수가 1백명이 넘고 그나마 학교가 모자라 학생들이 수마일 떨어진 곳까지 등하교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건물을 짓는데 필요한 벽돌을 모으는 중이다.
지난해에도 이들은 주머니돈을 털어 인도에 가서 학교벽에 페인트칠을 해주는 봉사활동을 했다.
캐나다 밴쿠버의 글래드스톤 고교의 경우 연간 자원봉사 의무시간이 75시간. 「발런티어 밴쿠버」라는 기관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의 명단을 작성해두었다가 연결해주기 때문에 봉사할 곳을 찾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말동무를 해주거나 진료실 안내해주기, 마을도서관에서 책정리하기, 거리의 낙서지우기 등 학생들의 손을 기다리는 곳은 무궁무진하다.
〈테너플라이·오타와·런던·밴쿠버〓이진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