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승주 운주사]천년불탑에 깃들인 「미륵의 꿈」

  • 입력 1997년 10월 31일 08시 02분


천불천탑(千佛千塔)의 신비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곳. 전남 화순군 도암면 대초리에 자리한 운주사(雲住寺)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수없이 흩어져 있는 석불들이 꾸밈없고 소박한 표정으로 맞아 이역(異域)의 어느 사찰을 찾은 느낌을 받는다. 불국사가 찬란한 불교문화의 정수(精粹)를 담은 곳이라면 운주사는 서민들의 애환과 비원을 품에 안으며 미륵세상을 꿈꾸고 있는 사찰이다. 길이 18m에 이르는 거대한 와불이 그렇고 하늘의 북두칠성을 옮겨놓았다는 칠성바위가 그렇다. 시골 농투성이의 얼굴을 모델로 한 듯한 불상들도 여느 사찰 대웅전에서 보는 석가모니의 표정이 아니다. 운주사에는 통일신라말 도선국사가 하룻밤에 천불천탑을 쌓아 놓고 와불을 일으켜 세우려다 새벽닭이 우는 바람에 실패해 미륵세상을 이루지 못했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 황석영(黃晳暎)씨의 소설 「장길산」에 「서민들이 천불천탑을 세우려다 실패한 통한의 절」로 묘사됨으로써 일반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운주사 일원에는 91구의 석불과 21기의 석탑이 있다. 이 불상과 석탑들은 일정한 크기나 양식이 없을 뿐더러 산이나 논 밭 바위틈 사이 여기저기 흩어져 천년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사적 제312호로 지정된 운주사에는 국내 탑 가운데 희귀형인 원형다층석탑과 일주문 넘어 왼쪽에 높이 솟은 9층석탑, 석불이 양쪽으로 안치돼 있는 석감실쌍배불좌상 등 3점의 보물이 있다. 운주사를 둘러본 뒤 10여분 거리인 화순도곡온천에 들러 황 및 중탄산천으로 유명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면 피곤이 말끔히 가신다. 한편 화순군은 31일부터 11월3일까지 운주사의 천년신비를 재현하는 화순운주대축제를 연다. 화순군청 공보실 0612―375―0101. 운주사 0612―374―0548. 〈화순〓정승호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