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네팔]래프팅, 설산 휘감는 야생의 질주

  • 입력 1997년 10월 30일 07시 25분


10여m 강폭에 타원형 고무보트를 띄운다.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 에메랄드빛 강물, 양 옆에 병풍처럼 늘어선 산들. 국적도 이름도 모르는 6∼10명의 낯선 이방인들이 한 몸이 돼 노를 젓는다. 오직 물 흐르는 소리와 새 소리만이 대자연의 정적을 깨운다. 만년설에서 흘러내린 물이 강을 이루는 네팔은 히말라야 빙하와 티베트고원에서 발원한 지류가 급류가 되어 산허리를 휘감는다. 히말라야 「설산」의 나라로만 알려진 네팔은 래프팅의 천국이기도 하다. 래프팅은 강이나 계곡의 흘러가는 물살을 타고 헤쳐나가는 급류타기. 급류에 부딪치는 스릴은 물론 시시각각 변화하는 지형과 풍경을 다이내믹하게 즐길 수 있다. 강가에 펼쳐지는 네팔 사람들의 생활을 만나는 것도 흥미롭다. 커다란 바위위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 머리위 높은 곳에서 구름다리를 건너는 사람, 빨래나 목욕을 하는 사람들…. 산사람들과는 또다른 강사람들의 생활이 펼쳐진다. 가장 긴 순코시강과 카트만두 서북쪽을 흐르는 트리슐리 강을 따라 3박4일 5박6일, 때로는 9박10일 일정으로 흘러다닌다. 트리슐리강에 고무보트를 띄우면 야생동물이 뛰노는 치트완 국립공원과 이어진다. 이외에도 수백개 코스가 있다. 현지 여행사와 연결하면 고무보트에 노젖기까지 해주므로 힘들지 않다. 취사 캠프설치에 침구까지 마련해주기 때문에 옷만 가져가면 된다. 보통 참가자 1명에 하루 30∼70달러를 받는다. 급류에 휩싸인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밤. 평원의 텐트에 몸을 맡기고 누우면 주위는 새까만 정적이다. 설산 발밑자락에서 보내는 태초이전 침묵의 밤. 자연의 위대함, 자연의 속삭임에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긴다. 흐르는 강물 소리를 배경삼아 이불처럼 펼쳐진 별들을 바라보며 캠프 파이어를 즐긴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고 오직 순간만이 존재하는 기막힌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네팔〓허문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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