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네팔]셰르파 댄디,등반보조15년 『천진난만』

  • 입력 1997년 10월 30일 07시 25분


나이 서른을 훌쩍 넘긴 사람이 어쩌면 저토록 순진한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에베레스트 셰르파인 댄디(34)의 수줍고 천진한 웃음을 들여다보면 사람의 얼굴도 「자연」이 만드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셰르파(Sherpa)」라는 말이 요즘엔 히말라야 등반보조원을 가리키는 직업이름이 돼버렸지만 사실은 종족 이름. 3천m이상 고산에서만 사는 36개가 넘는 네팔 소수민족중 하나다. 대략 5천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에베레스트산맥 아래 남체바자르를 중심으로 소루 쿰부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다. 댄디는 그 중 한 사람. 경력이 15년을 넘는 그는 에베레스트를 벌써 네번이나 오르내린 베테랑. 동료중에는 에베레스트를 열번넘게 오른 사람도 있다고 한다. 여자셰르파도 있다. 그중에서 파상하무는 여자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오른 셰르파로 유명하다. 93년 하산길에 숨졌다. 등반보조원으로서의 셰르파의 원조는 1953년 영국 힐러리경과 함께 에베레스트에 처음 오른 텐진 노르게이. 『히말라야를 성지로 여기는 우리 네팔인들은 당시 텐진이 불경죄를 저질러 곧 재앙이 올 것이라 벌벌 떨었지요』 그러나 텐진은 이곳 셰르파족에게 「돈다발」을 안겨준 선구자가 됐다. 전 세계 원정대가 몰려오면서 전문직업인으로정착한셰르파는 한 시즌 3개월만 일하면 2천∼3천달러를 쉽게 번다. 네팔인들의 1년 평균소득이 1백50달러인 점에 비하면 엄청난 액수다. 댄디는 『셰르파족 형제중 장남은 라마승으로 출가하는 관습이 있는데 요즘은 출가하는 사람은 드물고 하나같이 돈을 벌려고 해 가족간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허문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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