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아르헨티나 하원 중간선거에서 야당연합의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그라시엘라 페르난데스 메이히데(66)는 70∼80년대 군정시절 실종자 가족 모임인 「5월광장 어머니회」를 이끌어온 여성 인권운동가 출신.
메이히데는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40%가 거주하는 핵심 선거구이자 집권 페론당의 아성이었던 부에노스아이레스주에서 페론당의 선봉장인 일다 두알데에게 완승을 거둬 페론당에 51년 역사상 최대의 참패를 안겨줬다. 두알데는 페론당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에두아르도 두알데 주지사의 부인으로 「제2의 에바 페론」으로 불리는 인물이어서 메이히데의 승리는 더욱 의미가 크다.
프랑스어 교사로서 평범한 삶을 살던 메이히데는 군사독재정권 아래서 17세이던 아들 파블로가 납치돼 살해되는 비극을 계기로 5월 광장 어머니회에 투신했다. 세 자녀를 키우던 평범한 여인이 군사독재에 항거하는 투사로 변신한 것이다. 어머니회 활동을 하면서 정당을 통한 권력획득의 중요성을 인식한 그녀는 94년 야당 공천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95년에는 상원에 진출했다.
야당연합도 친근하면서도 강력한 신념을 가진 정치인으로서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그의 능력을 간파, 이번 선거에서 「간판주자」로 내세운 것이다.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본인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그를 99년 대통령선거의 야당후보감으로 치켜세우고 있다. 야당연합도 이같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메이히데가 에바 페론처럼 아르헨티나를 뒤흔들 또하나의 여걸이 될 것인지 그에 대한 관심은 선거이후에도 줄지 않고 있다.
〈고진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