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동경 앞바다 사가미(相模)만에서 벌어진 일본 해상자위대 열함식(閱艦式)은 일본 군사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행사였다.
이날 열함식을 포함해 사흘 동안 함선에 직접 승선해 자위대 퍼레이드를 지켜본 사람만도 6만여명으로 행사장에는 축제분위기가 물씬했다. 방위청은 『응모자 16만명중 추첨을 통해 6만명을 선발했다』고 밝혀 자위대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짐작케 했다.
해상자위대 주관으로 육상 항공자위대가 참여한 이날 퍼레이드에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 총리가 헬기로 직접 날아와 선두 함선에 섰다.
군통수권자로 거대한 「일본 항모」를 이끄는 리더로서의 책임과 무게 때문인지 연미복 정장 차림인 하시모토 총리의 표정은 엄숙했다.
이날 벌어진 입체작전은 과거 일본 해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듯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포사격과 폭뢰발사, 잠수함 부상(浮上)시범, 대잠수함 폭탄투하 등을 지켜보면서 관람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동승했던 한 방위청관계자는 『일본 해상자위대는 작전이나 기술면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갖고 있다.한국의 이순신장군 전법도 알고 있다.북한 잠수함 등은 별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3천5백t급 호위함(구축함) 하마기리호 내부를 둘러봤다. 대공미사일을 비롯해 잠수함탐지기 대잠어뢰발사기 기뢰발사기 헬기착륙장 등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이날 하시모토총리는 『냉전후 아태(亞太)지역에는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요소가 여전히 남아있다』며 『우리의 과제는 이 지역과 자국의 안전 및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밝혀 아태지역에서의 일본의 역할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붉은 아침 햇살이 그려진 깃발을 펄럭이며 바다와 하늘을 달리고 누비는 일본 자위대의 모습을 지켜보며 군사강국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우려가 나올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관람객중에서도 지난날 러일전쟁의 영웅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郎)나 태평양전쟁의 주역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五十六) 등을 떠올린 사람들이 많지 않았을까.
윤상삼(동경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