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초중고 안전한 급수시설 확보 빨리하라

  • 입력 1997년 10월 24일 20시 54분


▼여름철 불볕더위를 피하느라 은행 등 에어컨이 잘 되어있는 곳을 찾아 나선다는 얘기는 이제 옛말이 되고말았다. 어디를 가나 난방은 기본이고 냉방시설까지 보편화되고 있다. 추위나 더위보다 에너지 과소비에 따른 부작용을 더욱 걱정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데도 옛날 모습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곳도 없지 않다. 그곳이 우리의 2세들을 가르치는 학교라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교육부는 지난달 초중고교 시설기준령을 개정했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교실 내부의 온도 소음 조명 등 이른바 환경기준을 새로 정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실내 온도는 섭씨 18도 이상, 소음은 55㏈ 이하, 조도는 3백럭스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까지 우리 초중고교에는 환경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19세기 교실에 20세기 학생이란 말이 실감난다 ▼학교시설은 수십년 전의 모습에서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특히 여름철에는 교실 내에 선풍기만 몇대 돌아갈 뿐 아이들은 더위에 녹초가 되기 일쑤다. 겨울철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두꺼운 옷이 필수적이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은 조명이 어두워 책읽기가 쉽지 않고 창문을 열어놓으면 소음 때문에 강의가 잘 들리지 않는 곳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육의 질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리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상당수 초중고교가 학생들에게 녹물 섞인 수돗물을 제공하고 있음이 서울시교육청 감사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낡은 수도관을 교체해야 하는데도 예산부족으로 제때에 바꾸지 못한 것이다. 요즘은 깨끗한 수돗물도 반드시 끓이거나 정수해 마시는 세상이다. 오염된 수돗물은 학생들의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교육부는 현재 벌이고 있는 학교시설 개선사업에서 안전한 급수시설 확보에 최우선순위를 두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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