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호랑이근성 살린다』 김응룡감독 「묘수」적중

  • 입력 1997년 10월 24일 07시 49분


지난 14년간 여덟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따내며 새끼 호랑이들을 길러온 백전노장 김응룡감독(55). 그의 「묘수」가 올해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감독은 지난해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납득하기 힘든 무력시위를 벌였다. 경기중 심판판정에 불만을 품고 배트박스에 있는 방망이를 뽑아 더그아웃 안의 기물을 마구 부쉈던 것. 그는 4차전에선 정명원에게 노히트노런패를 당하자 『인천연고의 허운씨와 김호인씨가 주심과 1루심을 본 것은 심판배정에 잘못이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마지막 6차전때도 그는 김호인주심이 해태 벤치의 심한 야유에 주의를 주자 곧장 달려나와 맞대응을 했다. 그가 1백㎏의 거구에 어울리지 않게 이처럼 민첩하게 움직인 의도는 이랬다. 해태가 심판 판정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몰아감으로써 선수들의 기강 해이에도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김감독은 시즌중 경기가 잘 안풀릴 때면 패전처리용 투수를 동원해 빈볼을 던지게 함으로써 선수단의 단합을 이끌어낸 경우도 있었다. 올해도 김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노쇠기미를 보이는 이순철을 출전선수 명단에서 제외시킴으로써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한 이중의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이순철은 후배 선수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최고참 선수. 해태 선수들은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한국시리즈가 시작되자 지난해 선동렬 김성한이 빠졌을 때처럼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이순철의 자리를 이어받은 신인 중견수 김창희의 4차전 대활약이 바로 그 증거다. 〈광주〓장환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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