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종필씨의 국회연설

  • 입력 1997년 10월 23일 19시 40분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의 어제 국회 연설에는 귀담아들을 대목이 많았다. 김총재는 『나라가 위기』라고 한마디로 진단했다. 그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재임 4년8개월을 『횡포 고집 오기를 부린 결과 나라는 성한 곳이 없이 멍들었다』고 지적했다. 오늘의 김대통령은 이런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김총재는 특히 『경상수지적자 세계2위, 외채 세계3위, 성장하락세 세계3위 등 세계적 몰락의 대기록을 세웠다』며 『경제가 비상사태』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경제가 이렇게 급전직하, 최악의 상태로 추락하고 있는데 팔짱만 끼고 있는, 이런 기막힌 정부가 과연 무엇 때문에 있어야 하는가. 두 손 놓고 있는 대통령은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이고 무책임한 경제관료들은 대관절 어떤 사람들인가』고 질타했다. 그의 이런 지적들에 우리는 상당부분 공감한다. 김대통령은 이런 저런 일에 의욕적으로 손댔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그의 최대 치적이라는 금융실명제만 해도 그 핵심인 비밀보장 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급기야 여야 모두 실명제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고 심지어는 폐지 주장마저 대두했다. 그런데도 김대통령은 최근 몇달 동안 있는지 없는지 모를 지경이었고 국정은 무중력상태를 헤맸다. 주가폭락 신용공황 외환불안 연쇄부도에도 정부는 제때에 유효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집권당은 경제와 사회를 안정시키고 국민역량을 모으기는커녕 오히려 불안의 원천이 됐다. 마침 김대통령이 오늘부터 여야 대통령후보 5명과 원로들을 연쇄적으로 만난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김대통령은 대선정국의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와 사회를 제 자리에 되돌려 놓는데 힘쓰기 바란다. 4개월의 잔여임기 동안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도 퇴임 후 평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야 정치권도 소모적인 정쟁을 중단하고 나라의 앞날을 함께 걱정해야 한다. 나라는 대권보다 훨씬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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